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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2908465
· 쪽수 : 256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지금 어둠 속에 혼자 있으면서 내 머릿속에서 세상을 굴리고 있다. 또다시 불면증이 엄습해 와 이 엄청난 미국의 황무지 속에서 또 다른 하얀 밤을 맞이한 것이다. 2층에서는 내 딸과 손녀가 각자의 방에서 잠들어 있다. 둘 다 독신인데 마흔일곱 살 먹은 무남독녀 미리엄은 독수공방한 것이 벌써 5년째이다. 스물세 살짜리 카티아는 미리엄의 무남독녀인데 과거에는 타이터스 스몰이라는 친구와 함께 잤으나 지금은 타이터스가 죽어 없기 때문에 상심한 가슴을 끌어안고 혼자 잠들어 있다. - 본문 7쪽에서
하사, 현실이라는 것은 단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야. 많은 현실이 있는 거야. 단 하나의 세상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세상이 있는데 그것들이 서로 평행하게 달리고 있어. 세상과 반(反)세상, 세상과 그림자 세상. 각 세상은 다른 나라에 가 있는 누군가가 꿈꾸고 상상하고 저술하는 바 그대로의 세상이라고. 각각의 세상은 마음의 창조물이라, 이 말씀이야. - 본문 96쪽에서
열세 살 아이일 때에 자기 자식을 집에서 내쫓은 그 여자는 은전 몇 푼이 아쉬워서 죽은 아들의 무덤을 다른 곳으로 파내는 데 동의했다. 누나는 내게 전화로 그 얘기를 하면서 흐느껴 울었다. 누나는 매부가 숨 끊어질 때까지 온갖 어려움을 근엄하고 완강한 견인주의적 태도로 참아 냈다. 하지만 그 사건은 누나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모욕이었다. 누나는 완전 결정타를 맞았고 더 이상 싸울 의욕을 잃고 말았다. 매부의 시신을 꺼내어 다시 매장한 후, 누나는 더 이상 예전의 누나가 아니었다. (……) 시카고에 사는 아들이 며느리와 함께 찾아오면 반가이 맞아 주었고, 집안의 대소사에 참석했으며, 아침부터 밤까지 텔레비전을 보았고, 정신이 좀 반짝할 때에는 그럴듯한 농담도 했다. 하지만 누나는 이미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슬픈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 본문 118~119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