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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 ISBN : 9788932910604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전화
센시니
앙리 시몽 르프랭스
엔리케 마르틴
문학적 모험
전화
제2부. 형사들
굼벵이 아저씨
눈
또 다른 러시아 이야기
윌리엄 번즈
형사들
제3부. 앤 무어의 삶
감방 친구
클라라
조안나 실베스트리
앤 무어의 삶
리뷰
책속에서
센시니의 답장은 명확하고 상세했다. 적어도 창작과 공모전에 관해서는 말이다. A4 크기 종이의 양면에 줄 간격 없이 쓴 글에는 일종의 지방 문학상 응모 전략이 담겨 있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니까 새겨들으라는 것이었다. 그는 생계유지에 도움이 되는 수입원이라고 지방 문학상에 경배를 올리며 허두를 뗐다(진담인지 농담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방 관청이나 은행 등 후원자들을 가리켜 <문학을 믿는 선량한 사람들>이나 <약간의 의무감에 찬 순수한 독자들>이라고 일컬었다. 하지만 그림자 같은 책들의 유일한 독자(어쩌면 읽지도 않았겠지만)일 <선량한 사람들>의 교양 수준에는 일말의 기대도 품지 않았다. 그는 되도록이면 많은 공모전에 참여하라고 충고했다. 그렇지만 미리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하나의 단편으로 비슷한 시기에 수상작이 결정되는 세 개의 공모전에 응모하려면 각기 제목을 바꿔서 보내라는 것이었다.
(단편 「센시니」 중에서)
B는 X를 사랑한다. 물론, 불행한 사랑이다. B는 한때 X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흔히들 생각하고 말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X는 B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그것도 <전화>로 이별을 알린다. 당연한 일이지만 처음에 B는 괴로워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런 것처럼 점차 마음을 추스른다. 드라마 대사처럼 삶은 지속되는 법이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흐른다.
하릴없던 어느 날 밤에 B는 두 통의 전화를 거쳐 X와 통화하는 데 성공한다. 스페인 땅의 끝과 끝을 오가는 목소리에서 둘 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느낀다. 다시금 우정이 싹트고 며칠 뒤에는 서로 만나기로 약속한다. 두 사람은 모두 이혼하고 새로운 병에 걸리고 몇 번의 좌절을 겪은 처지였다. X의 도시로 향하는 기차를 탈 때까지만 해도, B는 아직 X를 사랑하고 있지 않다.
(단편 「전화」 중에서)
- 그런데 우리 경찰서에 있던 그 고등학교 동창 기억나?
- 기억나고말고. 이름이 뭐였더라?
- 수감자 틈에 녀석이 있는 걸 내가 발견했지. 직접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도 말이야. 자네는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못 알아봤잖아.
- 그때 우리는 벌써 스무 살이었어, 이 친구야. 그 괴짜의 얼굴을 못 본 지 적어도 5년은 지났을 때라고. 그 친구 이름이 아르투로였던 듯싶어. 녀석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기는 매한가지였어.
- 그래, 아르투로가 맞아. 열다섯에 멕시코로 건너갔다가 스무 살 때 칠레로 돌아왔지.
- 지지리도 재수가 없었지.
- 지지리도 재수가 좋았지. 우리 경찰서에 떡하니 떨어졌잖아.
(단편 「형사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