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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2910789
· 쪽수 : 336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1967년 봄에 그와 처음으로 악수를 했다. 당시 나는 컬럼비아 대학 2년생이었고 책만 좋아할 뿐 아무것도 모르는 숙맥이었다. 하지만 언젠가 훌륭한 시인으로 이름을 날려 보겠다는 믿음(혹은 망상) 하나만은 굳건했다. 나는 시를 많이 읽고 있었으므로 그와 똑같은 이름을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나는 핑계를 대며 다른 약속에 가봐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그런 반응이 나왔는지, 그건 내가 보른이라는 사람을 만나면서 부닥친 복잡한 방정식의 두 번째 문제였다. 나는 내심 그를 경계하고 있었지만 이 독특하면서도 파악하기 어려운 인물에 어떤 매혹을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그런 우연한 만남에 그가 정말 반가워한다는 것을 알고서 은근한 허영심의 불꽃이 내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 그런 보이지 않는 허영심과 자존심의 용광로가 우리 인간의 내부에서는 식식 소리를 내며 끓고 있다. 보른이라는 인물에 대한 나의 유보적 마음이 무엇이든, 그의 수상한 인품에 대하여 내가 품고 있는 의심이 무엇이든, 나는 그가 나를 좋아해 주었으면 하는 심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내가 공부만 하는 평범한 미국 대학생은 아니라고 생각해 주기를 바랐고, 나 자신조차 하루에도 열두 번씩 회의하는 나의 장래 싹수를 그가 좋은 쪽으로 평가해 주기를 바랐다.
어머니는 정말 아름다웠는데.
지금도 아름다워.
너무 슬퍼서 아름답지 못해. 그처럼 슬퍼하는 사람은 결코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