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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32911106
· 쪽수 : 528쪽
책 소개
목차
성 앙투안느의 유혹
초판 『성 앙투안느의 유혹』, 논리와 반(反)논리의 변증법 / 작품 해설
『성 앙투안느의 유혹』 / 옮긴이의 말
귀스타브 플로베르 연보
리뷰
책속에서
앙투안느: 세상이 우리의 시선을 받을 만한가?
논리: 피조물인 네가 창조를 저주하다니. 네가 창조를 알기나 해? 창조가 뭔지를 아냐고? 세상의 한가운데서 궤도를 따라 돌고 있고, 별들 속에서 빛나며, 너의 심장 속에서 뛰고 있는 신의 정신을.
앙투안느: 그렇다면 고행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야?
논리: 행위의 결과에 대해선 신경 쓰지 마. 행위가 뭐 중요해? 조각품은 자기를 만든 구상 개념을 자기 안에 지니고 있지 않나? 관념은 물질이 되면서 자신의 본질을 상실했을까? 정신은 각각의 원자들 속에 조금도 내재되어 있지 않은 걸까?
앙투안느 : 그렇지만 나는 신이 아닌걸!
논리 : 신이 되고 싶었지?
앙투안느 : 언젠가는 신을 알고 싶었어.
논리 : 우주의 왕이 네 고행에 그토록 마음을 쓰고 네 눈물이 얼마나 되는지 보려고 하늘 가장자리 바깥쪽으로 몸이라도 기울일 거라고 생각해? 네가 켜 놓은 램프에 밤 나방이 부딪치고 날개를 태우면서, 고통을 느낄 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너 역시, 눈을 부시게 하는 찬연한 빛 가장자리에 죽으러 오지…….
논리: 그 말도 맞아. 예수가 신이니까, 따라서 신은 정신이지. 그런데 예수는 태어나고, 먹고, 걷고, 잠자고, 죽었고, 그런데도 그는 정신이었다는 거지! 정신이 어디에서든 태어날 수 있는 것인가? 고통을 느낄 수 있나? 먹고, 잠자고, 죽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정신이 죽었다는 거지! 그렇다면 예수는 출생도 죽음도 경험하지 못했어, 그게 아니면 그는 정신이 아니었어.
앙투안느: 그의 안에 있는 인간이 괴로워한 것이지.
논리: 그의 안에 있던 신이 그렇게 한 것은 아니지. 그건 확실해! 사람은 고통을 느끼지, 그건 그래, 그런데 신은! …… 그걸 생각할 때, 그가 사람일뿐이었다면, 인간으로서의 고통을 몸소 겪다니 퍽 대단한 거지! 만약 그가 신이었다면, 고통을 정말로 겪지 않은 거야.
앙투안느: 그렇고말고, 그는 신이었지.
논리: 그렇다면 그는 고통을 못 느꼈어! 고통스러운척한 거지. 에테르를 통과하는 태양처럼 인간의 삶을 통과하고는 잠시 인간의 모습 속에 자신을 숨긴 거야! 그는 마리아에게서 나오지 않았으면서도, 태어난 것처럼 보인 거야. 사람들이 그를 십자가에 못 박았을 때, 그들이 괴롭히고 있는 자신의 몸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던 거지. 3일 후, 자기 무덤의 돌을 걷어치우고 나오려할 때, 그는 빠져 나오는 연기 같았어, 어렴풋한 유령 같은 것 말이지. 토마스는 의심이 났고, 그의 못 자국을 만져보고 싶어 했어. 하지만 상처를 만들어 보이는 것이 그에게는 어렵지 않았어, 그는 이미 몸을 만들어 보였거든. 그의 몸이 너의 몸처럼 진짜였다면, 사람들이 들을 수 없을 만큼, 소리보다 섬세하게 벽을 통과해서, 빛보다 빠르게 공간이동을 할 수 있었을까? 따라서 그게 육체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인간이 아니었다면…… 예수는 분명 그리스도였겠지, 안 그래? 그리스도, 그가 곧 멜기세덱이고 셈이고 테오도투스이고 베스피아누스라는 걸 넌 결코 믿지 않지?
앙투안느: 그렇고말고, 예수는 그리스도야.
논리: 그리스도가 예수라……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은 없는 것이고, 존재하려면 몸이 있어야 하는데, 그가 몸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 그는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이고, 그가 없었으니 그리스도도 없었던 것이고, 그리스도는 만들어 낸 거야.
악마: 아듀! 지옥이 널 두고 간다. 흠! 사실 악마에게 무슨 상관이야? 그게 어디에 있는지 알기나 해? 진짜 지옥이? (앙투안느의 심장을 가리키며) 여기! 너의 늑골 아래서 그걸 뽑아내지 않는 한, 넌 지옥과 함께 있는 거야. 네 가슴 속에 죄들이 있고, 너의 머릿속에 고뇌가 있으며, 너의 본성이 저주인 거야. 거친 가시 옷을 조이렴, 채찍질로 몸에 상처를 내 봐, 배고파 죽을 지경으로 단식해, 너를 낮춰 봐, 너를 억제해, 가장 순수한 말을 찾아봐, 가장 낮은 자세로 꿇어 엎드려 절해, 너는 바로 그 순간 상처 난 너의 살 속으로 지고의 쾌락이 빗살처럼 지나가는 것을 느끼리라. 빈 너의 위장이 언제나 잔치를 부르고, 또 네 입술 위 기도의 말은 세속의 사랑의 말과 음욕의 탄성으로 바뀌리라. 너의 선행에 대한 만족이 교만으로 네 마음을 부풀리리라. 이어지는 날들의 피로감이, 사막의 전갈이 그렇듯, 쉭쉭거리며 네게 질투를 불어넣으리라. 고행의 머리맡에 앉아, 너는 떨칠 수 없는 무력감과 끝없는 나태에 시달리리라. 세상사에 대한 음란한 욕망이 일순간 너를 떠나도, 더욱 혼란스러운 정신의 갈망이 나타나 더 큰 사랑을 원하고 사랑을 그토록 작게 만든 신을 저주하리라. 너는 이마로 제단의 돌을 찧고, 네가 품고 있던 구리 십자가에 입 맞추어도 네 마음의 불꽃은 그것을 뚫지 못하리라. 너는 움막에 들어가 뾰족한 칼을 찾게 되리라……. 나는 다시 올 거야…… 나는 다시 올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