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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외국희곡
· ISBN : 9788932911113
· 쪽수 : 238쪽
책 소개
목차
제1막
제2막
제1장
제2장
제3막
미국 가족극의 알파와 오메가, 「밤으로의 긴 여로」
유진 오닐 연보
리뷰
책속에서
사랑하는 당신,
눈물과 피로 쓴 오랜 슬픔의 드라마 원고를 당신에게 드리오. 행복을 축하해야 하는 날에 이 무슨 서글프고 어정쩡한 선물인가 싶을지도 모르겠소. 하지만 이해해 주오. 당신의 사랑과 따뜻함을 기리는 선물이라오. 그로써 나는 사랑을 믿을 수 있게 되었고, 마침내 내 죽은 가족을 맞대면하여 이 극을 쓸 수 있었소. 이것은 유령에 쫓기는 네 명의 타이런 가족에 대한 깊은 슬픔과 이해와 용서로 쓰인 글이라오.
사랑하는 이여, 지난 열두 해는 빛과 사랑으로 가는 여로였소…….
- 유진 오닐의 헌사 중에서
타이런: (짐짓 꾸짖으며) 뭐냐, 그게 전부야? 너희 엄마가 안개 경보 때문에 밤새 잠을 못 잤다고 하지 않았니! 게다가 에드먼드가 아픈 다음부터는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그 애 상태가 어떤지 살피러 방에 오지 않니.
제이미: (다급하게) 그래요, 맞아요. 에드먼드 방 앞에서 멈추고 기척을 듣더군요. (다시 주저하며) 어머니가 빈방에 가시는 것 때문에 무서워요. 어머니 혼자 거기서 주무시는 건 항상 안 좋은 징조라서?
타이런: 이번엔 아니야! 쉽게 설명되잖아. 내가 코를 고는데 한밤중에 달리 어디로 피하겠니? (치밀어 오른 화를 버럭 터뜨린다) 맙소사, 너는 만사 최악의 경우만 생각하면서 어떻게 사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구나!
제이미: (뜨끔해서) 그런 억지소리 마세요! 내가 잘못 생각했다고 했잖아요. 나도 아버지만큼 기쁘다고요!
타이런: (달래듯) 그런 줄 안다, 얘야. (사이. 타이런의 얼굴이 점점 침울해진다.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천천히 말을 잇는다) 에드먼드 걱정 때문에 또다시 그렇게 빠져든다면 그거야말로 저주스러운 일이다……. 그 아이를 낳고 오래도록 아프면서 처음 시작했던 거니까?
메리: (……) 하지만 제이미가 에드먼드까지 끌어들이는 걸 그냥 줘서는 안 돼요. 에드먼드가 언제나 아기처럼 귀염을 받으니 질투하는 거라고요. 유진을 질투했던 것처럼 말이죠. 그 애는 에드먼드가 자기처럼 형편없는 인생 실패자가 될 때까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에드먼드: (처량하게) 그만해요, 엄마.
타이런: (멍하니) 그래, 여보, 얘기 좀 줄이고……. (에드먼드에게, 약간 혀가 꼬여서) 하지만 엄마 말에도 일리는 있다. <너의 형제를 조심하라, 그렇지 않으면 그 저주받은 독사의 혀에서 독을 내뿜어 네 인생을 망쳐 놓을 것이니.>
에드먼드: (이전과 같이) 아, 그만해요, 아버지.
메리: (아무것도 못 들은 것처럼) 지금의 제이미를 보면 그 아이가 한때 아기였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어요. 얼마나 건강하고 잘 웃는 아기였는지 기억해요, 여보? 하룻밤 공연과 더러운 기차와 삼류 호텔과 나쁜 음식에도 결코 그 아이는 투정을 하거나 아프지 않았어요. 항상 웃었지요. 운 적이 거의 없어요. 유진도 마찬가지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