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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2911120
· 쪽수 : 507쪽
책 소개
목차
상권
머리말
제1부
제2부
하권
제 2부(계속)
제3부
픽션과 리얼리티의 유희:
현대인의 실존적 각성에 이르는 길_배현
존 파울즈 연보
리뷰
책속에서
하느님과 자유는 완전히 충돌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인간은 다른 것에 대해 믿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상상의 신을 가장 자주 믿는다. 이제 나는 인간이 때로는 훌륭한 이유로 그렇게 한다는 것을 깨달을 만큼 나이가 들었다. 하지만 나는 진정한 자유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 각각의 두 사람 사이에 있으며, 따라서 그것은 결코 절대적인 자유일 수 없다는 일반적인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그것이 내 이야기의 핵심에서 내가 의도한 것이다. 모든 자유는, 가장 상대적인 것조차도 허구일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자유는 오늘날에도 다른 가정(假定)을 선호한다. (머리말 중에서, 상권 12~13면)
그러고 나서 편지는 주 1회 정도로 줄었다. 처음 한 달 동안 그녀를 그리며 느꼈던 육체적 고통은 사라진 것 같았다. 여전히 내가 그녀를 몹시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만일 그녀를 내 곁에 누워 있게 할 수만 있다면 이 세상 그 무엇이라도 줄 수 있을 것 같은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의 회한이라기보다는 성적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데서 오는 좌절의 순간들이었다. 어느 날 나는 내가 이 섬에 오지 않았더라면 이 여자를 차버렸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편지 쓰기도 즐겁기보다는 귀찮은 일이 되었고, 저녁 식사를 마친 뒤 편지를 쓰기 위해 서둘러 내 방으로 돌아가지도 않았다. 수업 중에 급하게 휘갈겨 쓴 다음 마지막 순간에 학생을 시켜 정문까지 달려가 학교에 오는 우편배달부에게 전해 주게 했다. (상권 81면)
내가 말했다.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나요?」
그녀는 아주 희미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서는 모든 것이 감시당하고 있죠.」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나는 다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리가 하는 모든 얘기를 누군가가 들을 수 있는 건 아니겠죠.」
그녀는 팔꿈치를 무릎 위에 대고, 손으로 턱을 감싼 채 내 뒤쪽을 쳐다보았다.
「이건 숨바꼭질 같은 거예요, 니컬러스. 술래가 놀이를 하고 싶어 하는지 확실히 알아야 해요. 또한 숨어 있어야 하죠. 그러지 않으면 게임이 성립되지 않아요.」
「술래가 당신을 찾았는데 아니라고 우겨도 게임은 성립되지 않죠.」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당신은 릴리 몽고메리가 아니에요. 애초에 그녀가 존재했다면 말이지만.」 (상권 324~3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