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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 ISBN : 9788932911274
· 쪽수 : 296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숲 속의 친구들
제2부 살라미나의 병사들
제3부 스톡턴에서의 만남
역자 해설: 역사상 수많았던 무명용사들을 위한 진혼곡
하비에르 세르카스 연보
리뷰
책속에서
「군인들은 아버님을 수색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프랑코 군대가 바싹 뒤를 쫓고 있었으니까요. 어느 순간 아버님은 등 뒤에서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돌아보니 한 군인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순간 고함 소리가 들렸지요. <거기 있어?> 아버님 말씀으로는, 그 군인은 몇 초 동안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아버님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여긴 아무도 없어!> 하고 소리쳤다더군요. 그러고는 돌아서서 가버렸다는 겁니다.」
(중략)
「숲 속에 피신한 채 며칠을 보내셨지요. 닥치는 대로, 혹은 주변 농장에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연명을 했답니다. 전혀 모르는 지역이었어요. 게다가 안경도 깨졌기 때문에 주변을 거의 분간조차 할 수 없었지요. 항상 말씀하시곤 했어요. 만약 근처 마을의 청년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살아남지 못했을 거라고요. 지금은 그 마을 이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그때는 코르넬랴데테리라는 마을이었는데, 몇몇 청년들이 프랑코 군이 도착할 때까지 아버지를 보호하면서 먹을 것도 갖다 주었지요. 서로 아주 가까워졌고,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을 때 그 청년들 집에 며칠을 머무르셨답니다. 제가 보기에 그 후 다시 만나 보신 것 같지는 않지만, 그 청년들에 대해서 제게 여러 차례 말씀하셨습니다. 그들이 스스로 명명한 <숲 속의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항상 그 청년들을 부르셨던 기억이 납니다.」
「떠나기 전에 산체스 마사스는 그 모든 것에 관한 책을 쓸 거라고 말했어요. 그 책에 우리도 등장할 거라고 했지요. <살라미나의 병사들>이라는 제목을 붙일 거라 했어요. 특이한 제목이지요, 안 그래요? 그리고 우리한테 그 책을 보내 주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요.」 그러고 나서 안젤라츠는 나를 바라보았다. 가로등 불빛이 그의 안경알에 오렌지 빛으로 비쳤다. 나는 그 사람의 움푹 팬 두 눈가와 툭 튀어나온 이마와 광대뼈, 그리고 양쪽으로 갈라진 턱에서 잠시 그 사람의 해골을 보았다.
그때 영원 같은 한순간이 흐른다. 산체스 마사스는 죽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죽일 총알들이 명령 소리가 들린 등 뒤에서 날아올 거라고, 총알들이 자신을 맞혀 죽이려면 자기 등 뒤에 서 있는 네 명을 먼저 맞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도망갈 생각을 한다. 등 뒤쪽으로는 도망갈 수 없다. 그쪽에서 총알들이 날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좌측으로도 도망가지 못한다. 그러면 다시 도로로 나가게 되고, 군인들이 있으니까. 앞으로도 갈 수 없다. 공포에 질린 여덟 명의 장벽을 뚫고 지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른쪽으로는 가능하다(라고 생각한다). 불과 6, 7미터 앞에 빽빽한 소나무와 덤불로 된 숲이 있어 충분히 숨을 수 있다. <오른쪽으로.> 그는 생각한다. <지금 안 하면 영원히 끝이다.> 그 순간 대열의 등 뒤쪽, 바로 명령 소리가 들렸던 그 방향에 설치된 기관총들이 개활지를 쓸어버리기 시작한다. 포로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땅으로 엎드린다. 그 순간 산체스 마사스는 이미 숲 덤불에 도착했고, 얼굴을 긁히면서도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