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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2761323
· 쪽수 : 344쪽
책 소개
목차
A 목차
(시제가 존재하는 시간 이론)
부엌의 파란색 시계
유사 시간 폐곡선
엄마
어떻게 아버지를 찾을 것인가?
아버지 삶 최고의 순간
((공간간空間間 공간))
B목차
(시제가 존재하지 않는 시간 이론)
아빠
카르테시안 평면
무에서 생겨난 책
아버지가 시간을 거슬러 돌아올 것인가?
그 키트 안에 무엇이 있었나?
타임 루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부록 A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리뷰
책속에서
여전히 가끔 외로워지기는 한다. 이 직업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내 타임머신에 달려 있는 소형 웜홀 생성기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만드는 시공간상의 왜곡이 완벽하게 환원 가능하다면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 나는 생성기를 살짝 개조해서 다른 우주로 통하는 양자 창문을 만드는 기능을 집어넣었다. 그걸 통해서 다른 우주의 나 자신을 살펴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총 39명의 나를 살펴보았는데, 이들 중 35명은 거의 완벽한 머저리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만약 여러 가지 다른 버전의 나 중 89.7%가 등신이라면, 이 우주의 나 자신도 인격자일 가능성이 별로 높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이제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으나, 진짜로 불편한 점은 그들 중 많은 수가 꽤 잘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나보다 훨씬 더 말이다. 물론 나보다 낫다고 해봤자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이를 닦으면서 거울을 보면, 내 모습은 뭔가 불만에 차 있는 듯 보인다. 몇 년 전이었던가, 나는 뭔가 딱히 뛰어난 기술을 가지지 못했을 뿐 아니라, 나 자신이 되는 일에도 썩 뛰어나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집에 오는 길에, 나는 텅 빈 유리 자동판매기 옆에 홀로 서 있는 섹스봇을 보았다. 조금 풍만한 편에 속하는 몸매의 오래된 모델이었다. 너무 사랑스러운 얼굴이라 그녀의 눈을 제외한 다른 곳을 보는 것이 잘못된 짓 같았으나, 여하튼 나는 눈길을 돌렸다. 헤어스타일은 살짝 유행에 벗어난 듯 보였으나, 나만큼 유행에 대해 말할 자격 없는 사람이 어디 또 있겠는가.
나는 그냥 지나쳐 가려고 했으나, 그녀가 나를 붙잡았다. 눈 속의 뭔가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물론 그것이 진짜 눈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녀는 내게 돈을 빌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왜 돈이 필요하냐고 되물었다.
그녀는 이제 아무도 자신을 사지 않아서, 스스로 자신을 사려 한다고 대답했다.
나는 주머니에서 지폐를 한 장 꺼냈다. 5달러짜리였다.
“이걸로는 그리 오래 사지는 못하겠는데.”
“아뇨, 사실 그것도 꽤 많아요.”
그녀가 5달러 지폐를 보고 너무 기뻐하는 바람에 나는 슬퍼졌다. 이곳에서는 섹스봇조차도 외로워한다. 더 이상 악당들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처음부터 악당이 존재했었는지도 의문스럽다. 사람들은 언제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이게 제대로 하는 일인가, 이게 내 바람직한 모습인가? 나는 선한 사람이 될 수 있을 만큼 착한가, 악당이 될 수 있을 만큼 나쁜 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