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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2766557
· 쪽수 : 544쪽
책 소개
목차
텅 빈 마을
독재의 도시
추락한 의혹
범행 현장의 파편
시의 제물
심야의 쿠데타
증거의 색깔
과거에서 온 능력
범인의 윤곽
흉악한 추측
자갈과 바위
질식한 증거
마리오트의 맹점
궁지에 몰린 야성
야성의 증명
식물화된 야성
리뷰
책속에서
온몸이 푸르뎅뎅하고 검은 얼굴에 허연 눈이 날붙이처럼 날카롭게 빛났다. 손에 막대기 비슷한 것을 쥐고 있다. 괴물은 그녀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피할 수도 없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도망치고 싶어도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온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었다.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괴물도 느닷없이 그녀와 마주쳐 놀란 모양이었다.
괴물은 여자를 향해 비틀거리는 걸음을 옮겼다. 걸으면서 손을 내밀어 말했다.
“먹을 것 좀 주시오.”
괴물은 인간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지금까지 산에서 만난 어떤 사람과도 달랐다. 온몸에서 흉포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런 괴물이 인간의 말을 내뱉은 순간, 그녀의 온몸을 사로잡았던 공포의 결박이 풀렸다. 행동력은 회복됐지만 두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사람 살려요!”
막혔던 목구멍이 뚫리며 무의식적으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예기치 못한 반응에 괴물은 혼비백산한 듯했다.
“조용히 해!”
괴물은 소스라치게 놀라 여자 쪽으로 달려왔다. 그녀는 발길을 돌려 도망쳤다. 방금 지나온 마을로 돌아가 도움을 요청할 작정이다.
“거기 서!”
등 뒤에서 괴물이 버럭 소리치며 쫓아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붙잡히면 죽는다고 생각했다. 공포와 극한에 다다른 보호 본능이 평소라면 상상조차 못 할 속도로 그녀를 달리게 했다. 시냇물을 따라 숲을 빠져나가면 마을이 나온다.
거기까지만 가면, 거기까지만 가면 살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먹이를 주는 주인에게 야성을 감추고 순종하는 동물의 모습과도 같았다. 순종의 가면 아래 날카로운 이빨을 감추고 있다. 그 야성이 언제 어떤 형태로 드러날지 알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