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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만큼의 눈물로 너를 기다렸다

바다만큼의 눈물로 너를 기다렸다

김하인 (지은이)
  |  
네오픽션
2018-07-10
  |  
13,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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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만큼의 눈물로 너를 기다렸다

책 정보

· 제목 : 바다만큼의 눈물로 너를 기다렸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438865
· 쪽수 : 264쪽

책 소개

<국화꽃 향기>로 밀리언 셀러를 기록하면서 독자들의 가슴에 선명한 화인을 찍은 바 있는 김하인 작가의 장편소설. 누구의 인생에나 접히는 지점이 있다. 어떻게 사느냐와 상관없이 반드시 맞닥뜨리게 되는 지점. 그 지점을 치열하게 겪어 낸 어떤 여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목차

목차 없는 상품입니다.

저자소개

김하인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62년 경상북도 상주에서 태어났다. 대학교 3학년 때 <조선일보> <경향신문>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이후 《현대시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감각적인 문체와 필연과 우연의 구성, 멜로 드라마의 요건을 충족하는 내러티브를 통해 고전적 사랑을 작품에 투영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대표작 《국화꽃 향기》는 베스트셀러에 올라(200만 부 판매) 시대 정서를 반영하는 대중문화의 대표 텍스트가 되었다. 이후 《아침인사》 《소녀처럼》 《목련꽃 그늘》 《순수의 시대》 《안녕, 엄마》 등 다수의 작품을 펴냈다. 작품 중 상당수가(총 16 작품) 중국에서 번역, 출간되어 국내 작가로는 처음으로 중국 출판 종합 1위를 기록,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국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지금은 작가 생활을 하면서 ‘남북고성통합운동본부’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강원도 고성 바닷가에서 ‘김하인 아트홀’과 ‘국화꽃 향기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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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가 내 등을 선교관 벽 쪽으로 강하게 밀쳤다. 석재 벽에 코를 찧는 사태를 막기 위해 나는 반사적으로 두 팔을 뻗쳐 손바닥으로 벽을 짚었다. 승민 오빠가 내 손목을 낚아챘을 때부터 그가 하려는 행동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적극적인 저항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푸른 표정과 얼굴빛이 무섭기도 했고 또 그만큼 그가 슬프고 아파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울음을 터뜨리거나 제발 이러지 말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의 행동에 동조한 것 역시 아니었다. 그저 눈을 질끈 내리감음으로써 나를 방치했을 뿐이다.
(……)
그로부터 이틀 뒤였다. 나는 승민 오빠가 죽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정확히는 선교관 후미진 곳에서 그 일이 있었던 날, 그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 새벽녘에 목을 맸다.


그래서였을까, 눈을 감고 만족감으로 한껏 고양돼 있던 어느 순간 울컥했다. 온몸의 세포가 눈을 뜨는 것 같았다. 지금껏 벙어리로만 살아온 내 몸이 내 마음에 말을 거는 것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나야. 너무나 오랜만이지.
응, 나도 말할 수 있어. 네가 내 말을 들어 줄 귀를 아예 열지 않아서 지금껏 기나긴 침묵을 지켜 왔을 뿐이지.
그래, 마음이 소리를 내듯이 몸도 당연히 소리를 내.
그런데 희진아, 넌 왜 지금껏 그렇게도 몸을 혹사시키고 살았니? 종 부리듯 일만 시키고 가둬 둔 채 살았잖아?
나와의 대화는 낯설었다. 그렇게 몸이 마음보다 먼저 느껴진 건 살면서 처음이었다. 이곳이 천연이고 야생이어서 자연의 원형질로 이뤄진 몸이 먼저 반응하는구나 싶었다. 낯설고 아주 색다른 느낌이자 경험이었다.


수면에 한쪽 뺨을 댄 나와 앤디의 눈빛이 어느 순간 마주쳤다. (……) 그의 까만 눈동자와 젖은 나의 눈이 설핏 흔들렸다. 그의 눈 속에서 작은 불꽃이 일었다. 그 빛을 읽은 순간 나는 눈을 지르감았다. 그의 두 손이 내 어깨와 뒷머리를 부드럽게 받쳐 안았다. 동시에 그의 젖은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맑고 촉촉했다. 이윽고 부드러운 혀가 내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우리는 조금씩 퍼덕거리기 시작했고 수면 위로 커다란 물방울들을 튀겨 냈다. 나는 해조류같이 신선한 그의 혀를 혀끝으로 휘감았다. 두 팔로 그의 목과 뒷머리를 강하게 부둥켜안았다. 태양 빛과 물방울이 녹아 있는 그의 붉은 혀끝이 목을 타고 내려올 때 나는 불과 얼음의 촉수를 동시에 느꼈다.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감각이 전신의 살갗에서 도톨도톨 일어나는 것 같았다. 사위가 물임에도, 내 안 어디엔가 단단히 재워진 마른 섶에 불꽃 하나가 던져져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았다.
(……)
물과 불은 서로 상극이 아니었다. 우리 두 사람의 버둥거림으로 인해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물방울은 푸르고 투명한 불꽃이었다. 그의 입맞춤이 너무나 뜨거워 나는 사막에 던져진 물고기처럼 온몸을 퍼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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