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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4439169
· 쪽수 : 368쪽
책 소개
목차
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것은 남자의 턱을 들어 올리고 입을 벌렸다. 그것의 길쭉한 손가락들이 집게처럼 남자의 혀를 위아래로 찍듯이 집고서 쑥 잡아당겼다. 남자의 혀가 순식간에 찢겨 나오며 입안에 피가 찰박찰박 고였다. 고통 때문에 남자가 경련을 일으켰다. 비명은 나오지 않았다. 턱을 타고 줄줄 흘러내린 피가 흙바닥에 고이는가 싶더니 그대로 스며들어 흔적도 남지 않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것을 보았다. 나와 똑같이 생긴 그것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온몸의 피가 증발한 것처럼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것은 더 이상 내게 얼굴을 감추지 않았다. 내 얼굴을 한 그것이 물었다.
―내가 누구야? (……)
“모…… 몰라.”
―아니, 넌 알고 있어. 말해봐, 내가 누구야?
“알 게 뭐야, 내 흉내를 내봐야 넌 내가 아니야.”
―하지만 난 너와 얼굴이 똑같지.
“네가 내 얼굴을 훔친 거잖아.”
그것이 키득거리며 턱을 들었다. 쭉 뻗어 올라간 그것의 목에 핏줄처럼 보이는 것들이 툭툭 불거져 나왔다. 피부색이 짙어지면서 벌거벗은 상반신 전체에 기묘한 형태의 결이 생겼다.
나는 그것이 누군가의 얼굴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곤충의 날개처럼 가느다란 그물 무늬로 뒤덮인 피부, 어쩌면 무늬가 아니라 결인 것 같기도 했다. 암청색, 황금색, 적갈색, 흑갈색, 황갈색, 황토색…… 무표정한 그 얼굴의 피부색은 시시각각 변했다. 눈썹은 없고 이마뼈가 도드라졌다. 움푹 팬 고랑처럼 깊고 긴 눈구멍 속에 눈동자가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깊이 모를 어둠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