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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439725
· 쪽수 : 192쪽
책 소개
목차
메이드 인 강남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하지만 민규의 잠을 청하기 위한 인위적 시도는 잠시 중단된다.
바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온 것. 불면의 밤에 시달리는 민규의 그리움에 대한 응답인 것만 같다. 민규는 몸을 일으켜 수신자를 확인하고 헛기침을 한다. 그리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폴더를 연다.
“예, 선배.”
‘정우진’이란 이름으로 기록된 수신자. 상대는 새벽 3시에 전화한 것에 대한 변명이나 부연 설명 없이 바로 본론을 이야기한다.
“설계 건이 하나 들어왔어.”
“설계요?”
“꽤 크다.”
“지금…… 움직여야 하나요?”
민규의 질문에 상대는 주저 없이 답한다.
“물론.”
살인사건, 여섯 명 이상 등의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재명을 혼란케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배후에서 뒷돈 챙기고 대충 마무리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제대로만 묶고 수사해 범인 색출하면 특진이 보장되는 일이지만 그건 돈과 직접 연결되는 건 아니다. 그 두 가지 셈법에 혼란을 느낀 재명이 망설이는 태도를 보이자 통화 속 상대가 오히려 초조한 듯 말한다.
“믿기지가 않아요? 사실이에요. 지금까지 조용한 걸 보니 윗선이나 아님, 다른 쪽에서 미리 손보려고 하는 것 같고요.”
“그래. 알았어.”
“지금 가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확인해서 맞으면 입금해주시는 거 잊지 말고요.”
여섯 명이 아니다.
정확히 열 명.
열 명의 남녀가 전라로 누워 있다.
서로 뒤엉킨 남녀의 몸은 결코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
열 명의 몸 전체가 피투성이다.
속옷 하나 입지 않은 열 개의 몸 위에 선혈이 낭자하다.
수많은 핏방울이 실력 없는 화가가 그린 점묘화처럼 무성의하고 산발적으로 흩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