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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4601665
· 쪽수 : 107쪽
책 소개
목차
최소한 두 개의 젖
남자와 여자, 적과 동지
그리움
풀잎에 붙어 비 맞는 달팽이처럼
또 하루가 간다
수요일에는
쓸쓸한 사랑
어느 봄부터 흙바람이 불었는가
집을 찾아서
저무는 겨울 하늘을 바라보다가
술 없이 보내는 세모(歲暮)
술상을 떠나며
새벽 술
희망가
이 영화는 끝이 없습니다
칼을 갈다
긴 꿈에서 깨어나니
냉수 한 사발
그 하얀 입김
엽서
뻐꾸기
고래
쥐
다시 새벽을 기다리며
엄마 냄새
모닥불 속에
새 담배 한 갑 찔러넣고
람로
나팔꽃 피는 창가에서
빙하를 건너며
귀 후벼주는 남자의 노래
묵티나트
룽따가 있는 풍경
바람
옥수수
산에서
친구에게
그대 치마 속에 감춘 새둥지 하나
오대산 설경
어떤 봄날
부부
원산 구경
원산하숙(元山下宿)
엿장수의 노래
봄날 장터
입춘
조팝꽃
개밥별
서해
허망이 희망보다 더 진실하다
별
가을에 만나 스님들
다시 산에서
- 발문 : 허공에 기대는 기술 / 유성용
- 시인의 말 : 시가 시답지 않게 여겨질수록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팔꽃 피는 창가에서
히말라야 산골 사람들은 창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하얀 설산이 내려다보이는 창 하나 새로 내달고는 온 동네 사람들을 불러모아 하루 종일 잔치를 벌인다.
창은 신성하다. 창은 햇빛과 바람이 들어오고, 달빛과 별빛이 스며들고, 새소리 빗소리가 넘어오는 곳이다.
저녁 짓다가 아이들이 잘 노는지 내다보는 곳이며, 나팔꽃처럼 기대어 그리운 임 기다리는 곳이다. 무엇보다도 창은 밤중에 오롯한 등잔불이 어른대는 곳이다.
하루 일을 마치고, 또는 한 계절 동안의 먼 돈벌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남정네들을 위하여 아낙들은 창가에 가꾸는 꽃들을 귀밑머리에 꽂기도 한다.
집집마다, 아낙마다 뒤질세라 열심히 가꾸는 창가의 꽃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어린 딸들처럼 작고 예쁜 꽃들이 조르르 앉아 있는 창을 만날 때마다 나는 괜히 눈물이 났다.
히말라야 산골 사람들은 애를 많이 낳는다. 히말라야 산골 사람들이 사는 집 마당에는 늘 아이들이 뛰논다.
큰 애가 자라서 도회자로 떠난 후에는 어느새 자란 작은 애들이 마당에서 뛰어논다. 작은 애, 더 작은 애, 마침내 젖먹이 막내까지 다 자라서 떠나버린 후에는...
누군가가 돌아온다. 나팔꽃 피는 창을 못 잊어서, 밤이면 오롯한 등잔불이 켜지는 창이 그리워서 옛 식구 하나 산모퉁이 돌아 달음박질쳐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