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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54602815
· 쪽수 : 555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재2부
제3부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솔랑카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인류 역사의 모든 시대가 그러했듯이 지금의 이 황금시대도 결국 끝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제야 비로소 그 진리가 사람들의 의식 속에 침투하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목깃을 세운 비옷 속으로 조금씩 흘러더는 가랑비처럼, 철갑을 두른 듯한 자신감의 틈새를 비집고 스르르 파고드는 단검처럼.
선거가 있는 해마다 미국의 자신감은 정치적 화폐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 자신감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었다. 현직에 있는 자들은 그 자신감이 자기들의 공로라고 주장했고, 상대편은 그들의 공로를 부인하면서 지금의 호경기는 신의 섭리라고, 또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섭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의 본성은 어쩔 수 없는 것. 의심은 인간성의 밑바탕에 도사리고 있다. 의심 그 자체, 돌에 새겨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모든 것이 결국 소멸한다는 그 인식 자체가 우리의 본질이다. 지금 사상의 고물 하치장에 가 있는 마르크스, 지식의 세인트헬레나에 유배된 그 마르크스도 아마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이다. 제아무리 견고한 것이라도 언젠가는 허공으로 사라진다고. 그런데도 이처럼 날마다 자신감을 역설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의 두려움은 어디로 숨어야 하는가? 무엇을 먹으며 살아가야 하는가? 어쩌면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을 파먹으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고 솔랑카는 생각했다.
달러화는 전능했고 미국은 전세계를 좌지우지했다. 그러나 정작 미국 땅에는 온갖 심리장애와 정신착란이 판치고 있었다. 깨끗이 포장되어 위생적이라고 자기만족에 빠져 부르짖는 미국, 이천이백만 개의 새 일자리와 사상 최고의 주택 보급률을 자랑하는 미국, 균형 예산과 낮은 적자율과 주식 보유량을 과시하는 쇼핑몰 아메리카, 그러나 그 이면에는 스트레스에 짓눌려 기진맥진한 사람들, 그런 자신의 상태에 대해 하루종일 얼간이처럼 뻔한 소리만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었다. - 본문 247~249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