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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소설론
· ISBN : 9788954603409
· 쪽수 : 390쪽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김승옥
이청준
구효서
신경숙
윤대녕
고원
모리아크
스탕달
발자크
아나그람과 아나모르포즈
저자소개
책속에서
즉 삼 년 전 동생이 죽기 직전까지 씌어졌고, 그때로부터 다시 삼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발견된 일기책이라고 작가가 소설 속에서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죽은 동생의 일기책을 소설의 한 구성요소로서 지금 소설과 함게 같이 쓰고 있는 '창작'의 시간을 위반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작가 신경숙은 삼년 전에 자살한 동생이 남긴 일기책,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삼 년이 지난 날 우연히 발견된 일기책이라고 설정했지만, 실제로 작가는 두 글을, 즉 소설과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죽은 동생의 일기를 동시에 쓰고 있었던 것이고, 이 두 글을 동시에 써야만 했던 '작가의 시간'이 행사하는 논리를 벗어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신경숙은 동생이자 언니였고, 삶이자 죽음이었으며, 의식이자 무의식이었다. 주연배우이기도 했으며, 그 "주연배우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 움직이며 속엣말을 끝도 없이 뱉어" 내야 하는 "그림자"이기도 했다.
'창작의 시간', 혹은 '작가의 시간'은 자연인 신경숙의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백지를 앞에 놓고 소설을 쓰는 순간의 시간이다. 오직 이 시간 속에서만 한 존재는 주연과 조연, 삶과 죽음, 의식과 무의식으로 자신을 나눌 수 잇다. 이 시간 속에서는 그래서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동생이 하루에 네 번 나누어 팔아야 했던 장미꽃은 언니가 사 년 동안 받은 장미꽃이 되면서 시간의 구분을 무화시켜버린다. 언니와 동생 사이의 두 살이라는 나이 차이도 사라진다. 동새의 죽음은 "얼굴에 가부키처럼 흰 칠을 하고 유리창에 비치는 귀신 역할"을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었지만, 무의식의 움직임 속에서는 그 귀신이 "분장이 채 지워지지 않은" 채 현실과 일상이 될 수도 있다.
- 본문 202~203쪽, '신경숙 : 소설과 시간ㅡ망자의 일기책과 산 자의 회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