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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06226
· 쪽수 : 216쪽
책 소개
목차
굿바이 미스터 하필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미스터 하필: 인정 없는 세상이 되었다는 말은 참 맞는 말 같구나. 계 파동이 있고 나서부터 세상이 참 삭막해졌지. 하기는 전국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빚더미 위에 올라앉고 자살하고 하니 안 그럴 수 없지. (한숨을 쉰다.) 벌써 몇 달째 지겹게 그런 기사들이 신문을 뒤덮고 있잖니.
나: 그런데 계 파동이 뭐예요?
미스터 하필: 글쎄, 그걸 다 설명하기는 어렵고. 쉽게 말하면 전국의 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깨져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빚더미 위에 올라앉는 거야. 왜 여러 사람이 매달 얼마씩 부어서 차레대로 목돈을 받아가는 걸 계라고 하잖니. 이제까지는 사람들이 은행은 많이 이용하지 않고 주로 계를 해서 돈을 모으고 빌려주고 꿔 쓰고 했으니까 계 파동으로 그 사람들이 다 원수처럼 되었겠지? 그리고 이젠 사람들이 서로서로 잘 믿지도 않고. (침울하게) 삭막하지. - 본문 86~87쪽에서
육학년 때 담임의 일로 나는 어른들의 세계로 향한 문을 거의 닫아버리다시피 했다. 거기엔 먹고 먹히는 정글 이외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독식과 탐욕을 화려하게 위장하는 위선과 기만만이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는 것 같았다. 어른들의 세계가 그런 거라면 굳이 그런 세계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어린애들의 또래 친구들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또래 친구들의 세계는 이미 사라졌고, 그리고 사라지지 않았다고 해도 돌아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 안에 바글거리며 나날이 증식하고 있는 말들은 완전히 길을 잃고 말았다. 흘러나갈 길을 찾지 못하고 내 안에 고여 부글부글 끓고만 있었다. 그것은 전투력을 잃고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장소에 홀로 웅크리고 있는 맹수의 언어였다. - 본문 143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