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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54606806
· 쪽수 : 260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는 비누와 한약 냄새가 나는 조용한 집안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하얗고 가냘픈 손을 움직이면 귀부인처럼 우아해 보였다. (…) 홍위병이 아버지를 현관으로 끌고 가서 아우성치는 사람들 속으로 밀어 넣었을 때에도 그는 이런 공포를 느꼈다. 이런 공포의 순간에 그는 알몸이고 혼자였다. 썩어가던 쥐의 얼굴이 눈앞을 다시 한 번 스치고 지나갔다. 홍위병들이 그를 어둠의 공간 속으로 밀어 넣었고, 암호랑이가 그를 집어삼키려고 으르렁거렸다. 구출하러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와 아버지는 포위당했다. 사람들의 함성에 귀가 먹먹해서 온몸을 관통하는 분노의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 본문 147~151쪽, '소유하거나 소유되거나' 중에서
“자기, 사랑해. 이제 거짓말이 아니었다는 거 알겠지? 내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호랑이가 허리 아래쪽을 물어뜯는 게 느껴졌다. 이제는 움직일 수 없는 몸이니 호랑이가 내장부터 꺼내 남자들의 관심이 가장 집중될 부분을 가려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얼굴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창밖의 하늘을 보고 싶은 마음에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이 멈춘 곳은 하늘이 아니라 연단 아래 걸린 빨간 깃발 속 표어였다. ‘네 가지 기본 원칙을 견지하여 중국만의 사회주의를 건설하자.’ - 본문 93쪽, '자살하거나 표현하거나' 중에서
“남자친구가 어떻게 다른 남자 셋을 데리고 와서 여자친구를 강간할 수가 있지?”
“개는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특징이 하나 있지.”
“그게 뭔데?”
“질투심.”
(…)
“인간이 바라는 건 그저 먹고, 성교하고, 쇼핑하는 것뿐이야. 세 가지 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지. 그것도 하나면 되는 게 아니라 여럿이 필요한 일이라고. 도시에 바글바글 모여 사는 것도 텅 빈 가슴을 채우기 위해서지.”
(…)
“아무 걱정 없이 세상을 유람할 수 있으니 견공들이 참 부럽네 그려. 반면에 우리는 집세, 점퍼, 레인코트, 온수를 조달하느라 하루 종일 돈을 벌어야 하네. 직장에서 잘리지 않으려면 행동을 조심하고, 자네가 심취해 있는 반동사상과 공상을 자제해야 하지. (…) 그런가 하면 피부가 너무 얇아서 옷을 입어야 하는데, 그 옷이 찢어지면 알몸뚱이 돼지가 되거나 저 아래 길거리의 그 여자처럼 된다네. 그러니 우아한 포장에 목숨을 걸 수밖에. 우리는 살아남고 싶으면 본성을 감추어야 한다네.” - 본문 226~231쪽, '속 편한 사냥개 혹은 목격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