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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동유럽소설
· ISBN : 9788954612234
· 쪽수 : 160쪽
책 소개
목차
구덩이
땅개구리
바늘
하얀 달리아
재봉틀
검은 얼룩
상자
주머니칼
눈물방울
죽은 짐승들의 정원
석회 속의 돌멩이
사과나무
나무 팔
노래
젖
황금지빠귀
벽시계
제비고깔
커프스단추
큰 꽃병
무덤들 사이에서
수탉
시반
술에 날아가버린 편지들
파리
왕께서 주무십니다
커다란 집
십 레이
총성
물은 쉬지 않는다
눈먼 닭
빨간 자동차
비밀말
예배당
흰나비
장엄미사
불타는 공
키스 자국
거미
양상추 잎
풀수프
갈매기
어린올빼미
여름부엌
의장대
집시들은 행운을 가져다준다
양 우리
은빛 십자가
파마
옮긴이의 말|시학과 현실의 절묘한 만남
리뷰
책속에서
그날 밤, 천둥 번개가 몰아쳤다. 창문 앞 풀밭에 번갯불이 번쩍했다. 이장은 손전등을 껐다. 잠을 깬 이장이 큰 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다섯 번만 더 가져오게, 빈디시.” 이장은 말했다. “그리고 새해에는 돈을 가져오게. 그러면 부활절엔 여권이 나올걸세.”
우르릉 쾅쾅 천둥이 쳤다. 이장은 유리창을 바라보았다. 밀가루를 처마 아래로 들여놔야겠네. 이장이 말했다. 비가 오겠어.
‘그후로 밀가루를 열두 번이나 갖다줬어. 돈도 만 레이나 갖다 바치고. 그런데 부활절은 벌써 오래전에 지나갔어.’ 빈디시는 생각한다. 창문을 두드리지 않은 지도 벌써 오래되었다.
처음에 빈디시의 얼굴은 제복 위에서 크고 거만해 보인다. 그러더니 작아져서, 소심하게 견장에 기댄다. 경찰은 빈디시의 양 볼 사이에서 빈디시의 크고 거만한 얼굴을 향해 히죽거리다. 그는 축축한 입술로 말한다. “밀가루로는 어림도 없어.”
빈디시는 두 주먹을 불끈 쳐든다. 경찰의 제복이 산산조각난다. 빈디시의 크고 거만한 얼굴에 피가 튄다. 빈디시는 견장 위의 작고 소심한 두 얼굴을 죽도록 팬다.
빈디시의 아내는 깨진 거울을 말없이 쓸어담는다.
빈디시는 자신의 여권 사진을 바라본다.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한다. “원, 이렇게 발걸음을 내딛기가 어려울 수가.”
여행가방 안에서 아말리에의 유리가 반짝인다. 벽의 흰 얼룩들이 자란다. 바닥은 차갑다. 전등이 가방 안에 길게 불빛을 드리운다.
빈디시는 윗옷 주머니에 여권을 찔러넣는다. “우리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요.” 빈디시의 아내는 한숨을 내쉰다. 빈디시는 찌르는 듯한 전등 불빛을 응시한다. 아말리에와 빈디시의 아내는 여행가방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