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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러시아소설
· ISBN : 9788954613934
· 쪽수 : 336쪽
책 소개
목차
아버지와 아들 9
해설 연대기, 혹은 영원한 화해와 무궁한 생명에 관하여 317
이반 투르게네프 연보 329
리뷰
책속에서
바자로프가 뭐 하는 사람이냐고요?”아르카디가 빙그레 웃었다. (……)
“그는 니힐리스트예요.”(……)
“니힐리스트라고?”니콜라이 페트로비치가 말했다. “내가 알기로 그건 라틴어‘니힐(nihil)’, 즉‘무(無)’에서 나온 말인데. 그러면 그 단어는……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
“아무것도 존경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해.”파벨 페트로비치가 말을 받아넘기면서 다시 빵에 버터를 바르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비판적 관점에서 보는 사람이지요.”아르카디가 말했다.
“마찬가지 아니냐?”파벨 페트로비치가 물었다.
“아뇨, 똑같지는 않아요. 니힐리스트는 어떤 권위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아무리 주위에서 존경받는 원칙이라고 해도 그 원칙을 신앙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럼 당신은, 당신의 말을 빌리자면…… 제가 자제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단 말인가요 (……) 당신은 이 자제심의 원인을 알고 싶다는 말이지요? 제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고 싶다는 말이지요?”
“그래요.”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놀라움을 느끼면서 그녀가 되뇌었다.
“화내지 않으실 겁니까?”
“화내지 않아요.”
“화내지 않는다고요”바자로프는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섰다.“그럼 말하죠.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바보처럼, 미칠 듯이…… 자, 이제 당신의 목적을 이루셨군요.”
오딘초바는 두 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바자로프는 창문 유리에 이마를 꼭 대고, 숨을 헐떡이면서 눈에 띄게 온몸을 떨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젊은이의 수줍은 떨림도 아니고, 첫 고백의 달콤한 공포가 온몸을 사로잡은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가슴속에서 몸부림치는 욕망이었다. 증오와 닮은, 아마도 증오와 비슷한 강하고 고통스런 욕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