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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4615358
· 쪽수 : 484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구멍 뚫린 침대보
머큐로크롬
타구 맞히기
카펫 밑에서
공개발표
머리가 여러 개 달린 괴물
메솔드
똑딱똑딱
제2부
어부의 손가락질
뱀과 사다리
빨래통 속에서 생긴 일
올 인디아 라디오
봄베이의 사랑
나의 열번째 생일
파이어니어 카페에서
알파와 오메가
콜리노스 어린이
사바르마티 중령의 지휘봉
폭로
후추통 기동작전
배수와 사막
자밀라 싱어
살림이 순수해진 사연
제3부
붓다
순다르반에서
샘과 호랑이
성원의 그림자
어떤 결혼식
어둠의 시대
아브라카다브라
리뷰
책속에서
나는 사람들의 인생을 먹어치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를 알려면, 나 하나를 알기 위해서는, 당신도 나처럼 그 모든 인생을 먹어치워야 한다. 그렇게 먹혀버린 수많은 사람들이 내 안에서 밀치락달치락 북적거린다. 그리고 한복판에 지름 18센티미터가량의 엉성한 구멍이 뚫린 희고 드넓은 침대보 한 장에 대한 기억을 유일한 길잡이로 삼아, 나의 부적이며 나의 ‘열려라 참깨’인 이 사각의 리넨 천, 구멍이 뚫려 훼손되어버린 이 천에 얽힌 꿈을 부둥켜안고, 나는 내 인생이 실제로 처음 시작된 시점에서부터 내 인생을 재구성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그 시점은 시간에 지배당하고 범죄로 얼룩진 나의 탄생처럼 뚜렷하고 현실감 있는 일들이 일어나기 이전, 약 3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점쟁이는 높은 음정으로 단조롭게 말을 잇는다: “머리는 두 개인데―그대는 그중 하나만 보게 될 것이며―무릎과 코, 코와 무릎이 있으리라.” 코와 무릎, 무릎과 코…… 잘 들어봐, 파드마. 그 작자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으니까!
천 명하고도 한 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일찍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천 개하고도 한 개의 가능성이 나타났다가 천 개하고도 한 개의 막다른 길로 끝나버렸다. 한밤의 아이들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가령 그들은 신화가 지배하는 우리나라에서 시대에 역행하는 온갖 구태의연한 것들의 마지막 잔재였고, 따라서 근대화를 향해 나아가는 20세기 경제의 맥락에서 그들의 실패는 오히려 아주 바람직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혹은 그들이야말로 자유의 희망이었는데 이제 영영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횡설수설하는 한낱 정신병자의 기상천외한 망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