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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16089
· 쪽수 : 396쪽
책 소개
목차
1장 저기, 열두 사람이 지나가네_ 7
2장 송아지는 묶인 채 이유를 모르고 죽어가네_ 85
3장 발과 발목밖에 남지 않은 사람들이 나의 창문 앞으로 지나가네_ 313
해설 죽음보다 낯선, 강동호(문학평론가)_ 367
작가의 말_ 39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노란 개의 털은 사실 노랗다기보다는 누랬다. 노란 건 노란 개의 털이 아니라 눈동자였다. 눈동자가 노랬던 것이다. 단무지를 하도 씹어서 노래진 엄마의 혀만큼이나. 그래서인지 엄마의 입속 혀가 들여다보일 때마다 소년은 깜짝 놀라곤 했다. 노란 개의 눈동자가 엄마의 입속에 들어 있는 것만 같아서. 엄마의 입천장에 들러붙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만 같아서.
그것이 어떤 문이든, 문이 닫힐 때 노란 개의 눈은 덩달아 닫혔다. 그런데 소년이 문을 닫지 않았는데도 노란 개의 눈이 닫힐 때가 있었다. 아빠도 엄마도 문을 닫지 않았는데. 노란 개의 눈이 저절로 닫히면, 어디선가 문이 닫히고 있는 것이라고 소년은 생각했다. 그래서 노란 개의 눈이 닫히고 있는 것이라고. 노란 개의 눈이 닫힐 때마다 소년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문이 닫히고 있어요.
가서 문을 열고 와라.
엄마가 말했다. 그렇지만 집에 있는 문이란 문은 전부 열려 있었다. 현관문까지도.
노란 개를 버리고 나면 어른이 되어 있을 거야. 소년은 생각했다. 아이들은 언젠가 다 어른이 되었다. 죽지 않는 한. 소년은 그것을 알았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알아졌다. (중략) 소년은 아이인 것도 싫지만, 어른이 되는 것도 싫었다. 어른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려고 하면 아빠의 모습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깃털이 다 빠진 아빠의 잠바를 입고 형광등 아래에 웅크려 앉은 모습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