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4617833
· 쪽수 : 124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다이빙하는 남자
꺼질 듯 바람계곡
복수는 한발 늦게 온다
얼룩말
반디, 검은 망사 커튼 그리고 늙은 말
쥬리엣의상실
남보랏빛 그림자
가슴을 바꾸다
물에 잠긴 지하계단
비스듬 야채 가게
흑설탕을 넣은 차
물이 빠진 수영장
조개잡이
빛의 통로
별무늬 판화
우리 동네 무기밀매업자
검은 피리를 부는 밤
포도밭, 그 애
마른 잎을 파는 가게
나무 위의 고양이
괘종시계가 울리는 밤
복도식 아파트
짤랑짤랑 자물쇠들
물렁한 도마
오렌지 마멀레이드
물의 도시
자기소개서
층층 캐비닛
원숭이 손가락
사금파리 반짝 빛나던 길
갱스터 파라다이스
나무 관을 짜는 남자
아주 오래된 게임
빨간 어묵
각설탕
지붕 위의 시체
샤워기가 있는 감방
여우 묘가 있는 마을
없는 가게
무중력 항공사
폼페이에서 보낸 마지막 날
얼룩 고양이
유리동물원
까마귀가 나는 밀밭
검은 표지의 파일
물러터진 토마토
덤프트럭
깊은 동굴
손잡이
해설 | ‘없는 가게’의 빈 의자에서 시 쓰기
| 김수이(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금파리 반짝 빛나던 길
인부들이 담배 피우러 나간 사이
이삿짐을 실은 트럭을
통째로
훔쳐갔다는 건데
숲 속 공터에
책이 꽂힌 책상이며
손때 묻은 소파까지
여자가 살던 집처럼 해놓고
남자는
너럭바위에 앉아
생무를 베어 먹은 것처럼
달지도
쓰지도 않게
웃었다고 합니다
꼭 같이 사는 것처럼
물방울무늬 원피스가
침대 위에 가지런히 누워 있었다는데
경비 아저씨의 푸른 모자가
아파트 화단에 떨어져 있는 날이었습니다
다이빙하는 남자
중세시대 사제 복장을 한 남자가
바다가 보이는 절벽에서 몸을 던진다
이복동생을 사랑한 사제가
몸을 던졌다는 검은 절벽
그녀를 태운 배가
백 년 전 거품으로 사라져버린 곳
그러나 비극은 되감기 버튼처럼
가짜 사제가 능숙하게 절벽을 기어오르고
각설탕 같은 이빨을 반짝이며 시작된다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바다로 뛰어든 비운의 사내는
잘게 부서지는 포말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흠뻑 젖은 사제복을 입은 그는
이 도시의 명물
절벽에서 뛰어내리기 직전을
물방울무늬로 포장해주는
기념품 가게도 있다
근처 절벽에 있는
‘다이빙하는 사제’ 레스토랑에선
핏물 번지는 스테이크를 썰며
지루하게 반복되는 저렴한 비극을 감상할 수 있다
감청색 잉크에 펜촉을 꽂듯
비극은 선명하고 희미한 습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