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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4619172
· 쪽수 : 592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1. 페리 선착장
2. 메트로폴리스
3. 달러
4. 선로
5. 스팀 롤러
제2부
1. 백마를 탄 귀부인
2. 지협의 키다리 잭
3. 열흘 붉은 꽃 없다
4. 소방차
5. 동물시장에 갔어요
6. 법률상의 다섯 가지 질문
7. 롤러코스터
8. 요단 강을 건너기 전 또 하나의 강
제3부
1. 되는대로 사는 환락의 도시
2. 오 센트 극장
3. 회전문
4. 마천루
5. 니네베의 무거운 짐
해설 | 존 더스패서스의 뉴욕:
근대 자본주의 메트로폴리스의 파편적 혼돈(이준영)
옮긴이이 말 | 뉴욕과 서울 - 다시, 잃어버린 세대
존 더스패서스 연보
리뷰
책속에서
“도시로 온 지는 얼마 됐우?”
“오는 팔월이면 십 년이우.”
“어이쿠, 저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입들 닥치지 못해! 수다쟁이 유대인 소풍 나왔어?”
버드가 목소리를 낮췄다. “우습지, 몇 년을 별러서 도시로 왔는지 몰라요…… 농가에서 태어나 거기서 잔뼈가 굵은 놈이.”
“돌아가지그러우?”
“그럴 수 없우.” 버드는 추웠다. 몸을 떨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담요를 턱 밑까지 끌어 올린 다음 말하는 사람을 돌아보며 누웠다. “해마다 봄이면 뇌까리지, 다시 길을 떠나자. 잡초와 풀 사이에, 젖 짤 시간이면 집으로 돌아오는 젖소들 사이에 뿌리를 내리자고. 하지만 매번 뜨지 못하고 여기서 이러고 있우.”
“여기선 무슨 일을 하쇼?”
“나도 모르지…… 전엔 보통 유니언 광장에 죽치고 앉아 있었지. 그러다 매디슨 광장으로 가고. 호보컨과 저지, 플랫부시에도 있었고, 지금은 바워리 일대를 떠돌고 있소.”
“아저씨가 경비 보세요?” 할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갑습니다. 담배 태우실래요? 잠깐 말씀이나 나누고 싶어서요…… 보세요, 전 사십칠번 지부의 노조지부장입니다. 아저씨의 조합원증도 볼 수 있을까요?”
“난 조합원 아니오.”
“그럼 앞으로 가입하시면 되죠, 그렇지 않습니까…… 건설노동자 조합원들이 단결해야만 합니다. 우린 야간경비부터 검열관까지 모든 인력을 동원해 현장폐쇄에 강력 대응할 방침입니다.”
할랜드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봐, 젊은 양반, 나한테 이러는 거 시간낭비요. 파업을 하든 말든 야간경비는 꼭 필요한 거 아니오…… 난 이제 늙어서 싸울 기력도 없어. 오 년 만에 얻은 멀쩡한 직장이란 말이야. 여기서 끌어내려면 먼저 날 쏴 죽여야 할 거야…… 그런 일은 당신 같은 젊은 양반들이나 할 일이지. 난 빼줘. 야간경비들 동원하러 다녀봤자 헛수고야.”
“오, 성공…… 성공이라…… 그게 뭔데?”
“나도 성공 좀 해봤으면.”
“당신은 성공했잖아.”
“제가 생각하는 성공은 좀 달라요.”
“이젠 그것도 시들해. 그저 사무실에 앉아 젊은 애들한테 일을 시키는 게 다야. 내 미래는 이미 정해진 거야. 점잔 빼고, 남몰래 허튼짓 슬슬 하면서 살겠지…… 하지만 그게 나의 전부는 아니야.”
“당신, 정계에 진출해보는 게 어때요?”
“여기 앉아서도 하라는 대로 하는 판에 워싱턴의 더러운 늪 속으로 굳이 옮길 까닭이 있을까? 뉴욕 생활의 지겨운 점은 지겨워도 빠져나갈 데가 없다는 거야. 그게 사람을 염증 나게 한단 말이야. 더 오를 데가 없는 세상의 꼭대기니까. 할 수 있는 거라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고 또 도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