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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민 향기는 어두운 두 개의 콧구멍을 지나서 탄생했다

재스민 향기는 어두운 두 개의 콧구멍을 지나서 탄생했다

조말선 (지은이)
  |  
문학동네
2012-09-30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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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민 향기는 어두운 두 개의 콧구멍을 지나서 탄생했다

책 정보

· 제목 : 재스민 향기는 어두운 두 개의 콧구멍을 지나서 탄생했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4619288
· 쪽수 : 124쪽

책 소개

문학동네 시인선 27권. 시로써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는 시인, 조말선. 2012년 현대시학작품상 수상작을 표제시로 삼은 조말선의 세번째 시집, <재스민 향기는 어두운 두 개의 콧구멍을 지나서 탄생했다>가 73편의 시를 품어 안고 세상에 나왔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확보
얼굴
입장들
손에서 발까지
깊이에의 강요
비 밖의 무선상상력으로 만난 i, ㅎ, j, m, B
집의 위치
한없이 접혀 올라가는 소매들
무엇
어울리니?
꽃밭의 기원
가로수들
인식
테이블 위, 테이블 아래
남겨진 쪽으로
서명

고향

2부
결말
통로
한 달
해바라기
벽지
나무
너덜너덜
재스민 향기는 어두운 두 개의 콧구멍을 지나서 탄생했다
생강차의 맛
내세울 만한 얼굴
기념사진
나르시스와 나르시스들
꽃나무
돌아선 얼굴
투명한 이웃
노을
후각의 세계
양배추가 나올 때까지

3부
메아리
생각보다 가벼운 상자
등록
거기
더러워지는 목련들
손바닥
축!
천수천안관음보살
성급한 일반화
당신이라는 숟가락에
식판제도
조말선
녹슨 숲
기억
코의 위치
내 생각의 내장은
킁킁킁(컹컹컹)
누군가

4부
나도아름다운접두어
유사성
내향적인 변기
벽이라는 기의에 대한 벽이라는 기표
나의 잠
오보에 속으로 들어가기
찢어지는 고통
목도리
기계적 바다
물심양면
목걸이
연대기
배고픈 기표들
벌레
친화력
유리창
사용한 사람

눈이 녹으면

해설│말할 수 없는 입
구모룡(문학평론가)

책속에서

가로수들

한 손이 다른 손에게 구름을 건네주고 있었다 이 발이 저 발에게 바람을 건네주고 있었다 그것은 늘 움직이고 있는 한 손과 다른 손, 이 발과 저 발이어서 장소가 없었다 도착이 없었다 당신은 내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당신의 옆모습이 만족스럽지 않아 반쯤 표정을 숨긴 태도가 나를 외롭게 해 한 옆모습이 한 옆모습을 돌려세우려고 가고 있는 당신은 더 외로워 보여 그러니 당신은 이봐 이봐, 당신을 돌려세우려고 가고 있었다 외로움의 제복을 입고 당신에게 당신을 건네주고 있었다 제복의 아름다움은 길게 줄을 서는 것 그것은 늘 움직이고 있는 현상이라서 봄이 왔다 한 손이 다른 손에게 봄을 건네주고 있었다 이 발이 저 발에게 봄을 건네주고 있었다 저 소실점까지!




손은 허공을 잡기 가장 가까운 곳에 매달려 있다 그것이 쫙 폈을 때와 꼭 오므렸을 때 허공을 느끼는 양은 같다

내 손에 고인 허공의 감각을 네 손에서 측정하기 위해

악수를 한다 내 손의 온도가 전해져온다

허공이 끈적끈적하게 손바닥에 들러붙는다

손이 몹시 부드럽군요, 라고 말하는 당신의 감각이 내가 느끼는 말이다

꽉 잡힌 허공이 우리의 맞잡은 손바닥 사이에서 땀을 흘린다

내 손과 당신 손이 느끼는 허공의 양은 같다는 결론에 도달하기로 하죠
끈적끈적하고
부드러운
우리의 바닥 때문에

작별할 때 우리는 상대방의 손을 흔들고 있다


친화력

의사가 식물이 된 그를 그녀에게 내민 순간
그녀의 손가락에서 넝쿨이 뻗어나왔다
이제는 새벽까지 술 마시러 다니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람 속 뒤집는 욕설을 하지 않습니다
물론 돈을 벌어오지도 않습니다
의사는 식물담당은 아니라는 듯 사라져버렸다
그는 어린 묘목처럼 말랐다
여보, 하고 부르지도 않았고
물 줘, 하고 명령하지도 않았고
자기야, 하고 사랑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어찔 그를 붙들었는데
그의 몸이 그녀를 휙 감았다
그의 몸이 그녀를 끌어올렸다
그녀의 넝쿨이 간신히 그를 붙들었다
입을 잃은 말이 몸을 찢고 나왔다
날이 갈수록 그가 그를 감아올라가는지
그녀가 그를 감아올라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로 인해 꼼짝할 수 없었고
그는 그녀로 인해 꼼짝할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은 그 쪽으로 구부러지고
그녀의 손가락은 그 쪽으로 자라나고
그녀의 머리카락은 그가 휘어감아 자를 수도 없었다
그는 그녀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는 그를 돌보기 위해 그를 친친 감아올랐다
그녀는 그를 벗어나기 위해 그를 친친 감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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