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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54619295
· 쪽수 : 256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 늙은이가 우리 집에서 세 집 아래에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왔어. 트레일러 공원이었어. 내가 열두 살 때였던 것 같아. 그 아저씨가 자기 이사 오기 전에 자기 트레일러를 청소해 주면 하루에 이십 달러씩 주겠다고 했어. ‘내 트레일러를 청소해 주렴. 하루에 이십 달러 줄 테니.’ 소독제니 양동이니 하는 것들을 다 줬어. 청소하는 데 하루에 여덟 시간씩 일하고도 나흘 반이 걸렸어. 온통 쓰레기였거든. 때를 닦아내면 그 밑에 또 때가 있었어. 바닥만 세 번을 닦았는데, 그다음엔 주걱으로 긁어내야 했어. 정말 제대로 청소했지. 뜰에 있던 잡동사니를 죄다 들어내고, 나뭇가지를 갈퀴로 모아서 쌓았지. 그다음에는 흙 속에 있던 것들을 손으로 파내야 했어. 플라스틱 조각이라든가, 뭔지 알 수도 없는 물건들 말이야. 물건들은 부서지잖아. 플라스틱으로 된 것들 말이야. 그 쓰레기를 전부 그 사람 픽업 짐칸에 실었어. 타이어 네 개가 모두 다 다른 브랜드였어. 트레일러 앞의 좁은 아스팔트 길은 물을 뿌려 씻었지. 뜰에 잔디 씨까지 뿌렸어. 새 집처럼 만드는 데 나흘 반이 걸렸어. 그 전에도, 그 후로도 그렇게 열심히 일해 본 적이 없었어. 청소를 다 하고 나니 그 아저씨가 차근차근 설명해 주더군. 그 아저씨―아마 예순 살쯤 되었던 것 같아. 장애가 있고,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고, 가족은 사라지고 없는. 무슨 말인지 알겠지. 전형적인 고독한 인간쓰레기였어. 이렇게 말하더군. ‘너한테 줄 구십 달러를 가져왔다. 넌 충분히 일을 했고, 나한테는 돈이 있어. 아니면 넌 이 복권을 한 장 가질 수도 있어.’ 복권을 꺼내 보이더군. 응, 큼지막한 표를 손바닥에 얹어서 보여줬어. ‘이 표는 말이다, 일 달러 오십 센트다. 그러니까 나한테서 구십 달러를 받으면, 넌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이것과 똑같은 복권을 육십 장 살 수 있어. 아니면 이 복권을 가질 수 있고. 이 복권 딱 한 장만.’ 응, 그렇게 말했어. 그래서 난 그 복권을 골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