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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54621816
· 쪽수 : 164쪽
책 소개
목차
잠자는 남자 13
조르주 페렉 연보 123
주요 저술 목록 131
작품 해설 137
리뷰
책속에서
너는 땀에 흠뻑 젖어 있다. 너는 몸을 일으킨다, 너는 창문을 닫으러 간다. 너는 초소형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튼다, 너는 젖은 목욕 장갑으로 네 이마며, 네 목이며, 네 어깨를 닦아내린다. 양팔과 두 다리를 웅크린 채, 너는 폭 좁은 장의자에 모로 눕는다. 너는 두 눈을 감는다. 네 머리는 무겁고, 두 다리는 저릿저릿하다.
너는 꼼짝하지 않는다. 너는 꼼짝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 너를 그대로 빼다 박은 사람, 섬세하고 유령 같은 분신 하나가, 어쩌면, 너를 대신해서, 네가 더이상 취하지 않는 동작들을, 하나하나씩, 해나갈 것이다: 그러니까, 그가 잠자리에서 일어나, 얼굴을 씻고, 면도를 하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너는 그가 계단을 뛰어내려가도록, 거리에서 달음질치도록, 달리는 버스를 재빨리 잡아타도록, 숨을 헐떡거리며,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예정된 시간에 맞추어, 시험장에 도착하도록 내버려둔다. 일반사회학 고등교육 자격증. 제일차 필기시험.
너는 먹지도 않고, 읽지도 않고, 거의 꼼짝하지 않고, 네 방에 머문다. 너는 대야를, 선반을, 네 무릎을, 금이 간 거울에 비친 네 시선을, 사발 하나를, 전기 스위치를 바라본다. 너는 거리의 소음에, 층계참 수도꼭지의 물방울 소리에, 네 옆방 남자의 소음에, 그의 목 끓는 소리에, 그가 서랍을 여닫는 소리에, 간헐적인 그의 기침 소리에, 그 집의 주전자가 슂쉭 끓어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너는, 천장 위에서, 가는 균열의 구불구불한 선을, 한 마리 파리가 그려보이는 하릴없는 노선을, 가까스로 가늠할 수 있는 그림자들이 번져나가는 모습을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