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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러시아소설
· ISBN : 9788954621885
· 쪽수 : 352쪽
책 소개
목차
거짓말하는 검은방울새와 진실의 애호가 딱따구리
첼카시
이제르길 노파
스물여섯 명의 사내와 한 처녀
첫사랑
은둔자
카라모라
해설 | 고뇌 속에 더욱 맑아진 영혼의 수정체를 찾아서
막심 고리키 연보
리뷰
책속에서
그는 정말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는 여자를 낚는 솜씨 말고는 내세울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 능력을 빼면 살아 있을 의미가 없었다. 오직 그 능력만이 그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영혼이나 육신의 질병이나 다름없는 어떤 것을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고 가장 훌륭한 것인 양 생각하는 인간들이 있다. 그런 인간들은 평생 그 병을 자랑스레 달고 다니며 그것을 살아가는 보람으로 삼는다. 그 병으로 고통받으면서도 그들은 그것으로 살아가고 징징거리며 주위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그들은 그 병을 가지고 사람들의 동정을 얻으려 하고, 그걸 빼면 그들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들에게서 이 병을 빼앗아 고쳐버리면 그들은 불행해지고 말 것이다. 삶의 유일한 수단을 잃어버리면 그냥 빈껍데기가 되기 때문이다. 때로 인생이란 너무나 보잘것없는 것이라서,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결점을 가치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그로 인해 목숨을 부지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할 일 없이 지루한 나머지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_ 130쪽 「스물여섯 명의 사내와 한 처녀」 중
“당신을 모욕하다니, 그건 하느님을 모욕한 거야!”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 소리는 씩씩하고 아주 밝아서 말의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 하느님이 어디 있냐고? 당신 영혼에, 당신 가슴에 주님의 혼이 성스럽게 살아 계시지. 당신 형제들은 바보야. 어리석은 짓으로 주님을 욕보인 게야. 그 바보들을 안됐다고 불쌍히 여겨야 돼. 물론 잘못했지. 하느님을 욕보이는 건 어린애가 제 부모를 욕보이는 짓과 같아……”
그리고 다시 노래하듯 말했다.
“오, 밀라야……”
나는 전율을 금치 못했다. 나는 지금까지 이 익숙한 단어에 그렇게 기쁨에 찬 다정함이 담길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고 그런 걸 들어본 적도 없었다.
_ 219쪽 「은둔자」 중
눈에는 ‘수정체’라는 게 있어 사물을 올바르게 볼 수 있다고들 말한다. 인간의 영혼에도 그런 수정체가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그런 건 없다. 영혼에 수정체가 없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는 것이다.
정직하게 사는 습관? 그건 올바르게 느끼는 습관이다. 하지만 올바르게 느낀다는 것은 그것을 완전히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그런데 인간이 성자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혹은 영혼의 장님으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감정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일은 인간을 짐승이나 속물로 만들어버린다. 그래, 어쩌면 눈이 멀었다는 것, 그것은 성스럽다는 뜻이 아닐까?
_ 292~293쪽 「카라모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