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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4622615
· 쪽수 : 256쪽
책 소개
목차
1. 바라나시에서 온 편지
2. 전통 있는 고전부의 재생
3. 명예로운 고전부의 활동
4. 사정 있는 고전부의 후예
5. 유서 깊은 고전부의 봉인
6. 영광스러운 고전부의 과거
7. 역사 있는 고전부의 진실
8. 미래 있는 고전부의 나날
9. 사라예보로 보낸 편지
작가 후기
해설
리뷰
책속에서
고교 생활 하면 장밋빛, 장밋빛 하면 고교 생활. 이렇게 호응 관계가 성립된다. 서기 2000년, 현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국어사전에 등재될 날도 머지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고등학생이 장밋빛을 희망한다는 뜻은 아니다. 예컨대 공부도, 스포츠도, 연애도, 좌우지간 온갖 활력과 활동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회색을 선호하는 인간도 있거니와, 심지어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조차 그런 인간은 적지 않다. 하지만 그거, 꽤나 쓸쓸한 인생이다.
“전 왜 갇혔을까요? 만약 갇힌 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 교실에 들어올 수 있었을까요?”
지탄다의 시선에서 어설픈 대답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기이한 박력 같은 게 느껴졌다. 그에 압도되어 얼빠진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니까 무슨 …….”
“착오라면 누가 어떤 착오를 저지른 걸까요?”
“아니, 그건 내가 알 바 …….”
“저, 신경 쓰여요.”
대학 노트 정도 되는 크기에 두께는 얇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제본은 물론 중철이지만, 인쇄소에서 제작한 듯 만듦새는 그럴싸했다. 가죽 장정 같은 느낌을 낸 갈색 표지에는 수묵화풍으로 데포르메한 개와 토끼를 그렸다.
많은 토끼들이 원을 그리며 에워싼 가운데 개 한 마리와 토끼 한 마리가 서로를 물고 있었다. 개의 엄니는 토끼의 몸통을 물어뜯을 듯하고, 토끼의 날카로운 앞니는 개의 목덜미에 깊숙이 박혀 있다. 데포르메로 표현된 덕분에 처참함이 없는 것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또 섬뜩하기도 했다. 토사구팽이라는 명언이 있는데, 여기서는 토끼와 사냥개가 서로 치고받고 있다. 두 마리를 둘러싼 토끼들이 그 광경을 묘하게 귀여운 몸짓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림 위에 글자가 있다. 아무 장식이 없는 무덤덤한 명조체로 ‘빙과 제2호’라고 씌어 있었다. 발행은 1968년. 오래전이다. 그리고 이 제목.
“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