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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아프리카소설
· ISBN : 9788954622721
· 쪽수 : 240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007
제2부 151
해설―‘아프리카 페미니즘’의 새 지평을 연 베시 헤드 209
베시 헤드 연보 233
리뷰
책속에서
그해에는 유독 장마가 아주 늦게 찾아왔다. 그러나 무덥고 건조한 여름 내내 언제라도 폭풍우를 몰고올 것 같은 먹장구름이 낮은 지평선을 따라 층층이 짙은 어둠을 품은 채 들러붙어 있었다. 구름의 움직임 속에는 신묘한 비밀이 숨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매일 밤 그 먹장구름은 한낮의 길고 우울한 고요를 산산조각내버리고, 부드럽게 우르릉대는 천둥소리와 번쩍거리는 번개를 텅 빈 하늘 저 너머로 날려보내고 있었다. 끝내 그 구름은 비가 되어 내리지 않았다. 뒤로 밀려난 구름은 죄수처럼 펄펄 끓는 구름 전선 속에 갇혀 있는 듯했다.
번잡하고 소란스러운 삶의 고속도로에서 벗어난 그는 먼지가 풀풀 날리는 갈빛의 좁은 오솔길로 들어섰다. 그 길을 따라 핀 노란 데이지 꽃들이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바람을 벗삼아 춤을 추고 있었다. 데이지 꽃이 환하게 핀 오솔길을 보자 그의 마음속은 기쁨으로 차올랐다. 첫비가 내릴 때마다 그는 집으로 이어지는 그 오솔길에 노란 데이지 꽃을 심곤 했다.
백인들은 동양인들을 저급하고 더러운 족속들이라고 경멸했지만, 동양인들은 그나마 안도할 수가 있었다. 그들은 적어도 아프리카인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백인들은 아프리카인들도 저급하고 더러운 족속이라고 했지만, 남부 아프리카 지역에 사는 아프리카인들은 안도할 수 있었다. 그들은 적어도 부시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족속 안에는 저마다 괴물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