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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4624787
· 쪽수 : 352쪽
책 소개
목차
1984, 팰컨 탐정사무소 009
2003, 잡음 속의 목소리 105
1984, 도시에 남기 위해 323
2004, 감시 333
리뷰
책속에서
사람들은 멍한 얼굴로 은행에서 몇백 파운드씩 인출해갔다. 어느 젊은 커플은 옷가게 쇼핑백을 각자 대여섯 개씩 들고도 각각 백 파운드씩 인출하더니 다시 쪼르르 옷가게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들의 무표정한 얼굴은 쇼핑센터에 널리 퍼진 비현실적인 느낌에 한몫했다. 이곳의 어느 누구도 목적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케이트의 앞으로 불쑥 끼어들며 시야를 방해할 뿐이었다. 그래서 케이트는 가끔 무섭기도 했다. 자신이 그린 옥스에서 살아 있는 단 하나의 생명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넌 절대 성가시지도 않고, 이상한 애도 아니야. 넌 내 친구야. 오후에 나 혼자 그 가게에 있으면 아마 돌아버릴지도 몰라. 넌 다른 누구보다 멋져. 케이트, 난 널 존경한다고, 진심이야. 난 스물두 살이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데도 안 가잖아. 넌 열 살인데도 네 비밀기지를 갖고 있고 언제나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는데다 이런저런 계획에 열심이잖아. 언제나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잖아. 넌 어른을 시체처럼 보이게 만드는 애야. 네가 몇 살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아. 난 네가 여든다섯 살이든 스물다섯 살이든 상관없이 네 친구가 됐을 거야. 너는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찬란하게 빛나는 애야. 자신감을 가져.”
그 정글짐은 이글루 모양으로 쇠관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곳곳에 녹이 슬었고, 오늘같이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면 빈 나사 구멍으로 바람이 말려들어가 관에서 음산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케이트는 그 소리를 무척 좋아했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녀는 이글루 한가운데로 들어가 거꾸로 매달렸다. 머리카락이 붉은 콘크리트 바닥 위로 찰랑거렸다. 과자봉지며 쇼핑백 들이 바람에 휘감겨 가장자리로 쓸려갔다. 아파트에서 야채수프 끓이는 냄새와 공장의 금속 냄새가 바람에 뒤섞여 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