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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482049
· 쪽수 : 304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 그림자극
2 명절풍경
3 석실마을 쨉이
4 산봉리
5 최씨 부인과 큰아들
6 이 서방의 죽음 이후
7 강경미인
8 세찬 물길
9 앵두꽃 피는 밤
10 큰 시누이
11 만석군집 큰며느리
12 완전한 기울기
13 오래된 쨉이
14 전화벨은 울리고
15 수목장
◆. 낙이불류 애이불비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녀는 너무도 오랫동안 울고 싶어했는지도 몰랐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눈물이 넘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여기서 울게 될 줄은 살면서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평소에 그녀가 생각하는 외로움이나 고독은 이렇듯 생뚱맞게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지금 그것들은 펄펄 살아 있다 못해 오히려 끓어 넘쳐 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보다 더 외로운 누군가로부터 심한 위로를 받고 있는 셈이었다. 한동안 눈물이 넘쳐흐르고 난 뒤에 청숙은 이상하게도 속이 후련해져 왔다.
(중략)
그녀는 근심이 더럭더럭 스며 있는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버찌나무 잎 사이로 구슬 같은 감빛 열매들이 이제 막 익기 시작하는지 수줍게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푸르게 높아진 하늘에 엷은 구름이 어쩌다 돋아난 듯 조용히 걸려있다. 플라타너스의 그늘이 조금 짧아져서 햇살에 눈이 부시다.
‘나도 저 구름처럼 훨훨 떠다녔으면…….’
그녀는 양미간을 찡그리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다 금세 시름에 차서 눈매가 그늘졌다. 아무튼 아름다운 여자였다. 시어머니가 나가는 것을 보고 이제야 겨우 한숨을 돌리는 그녀는 한동안 넋을 놓고 앉아 하늘을 보다가 문득 발밑을 내려다보았다. 우물가를 덮고 있는 시멘트는 너무도 견고해서 다시는 어쩌지 못할 것이었다. 다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