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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482483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1. 하늘이 준 선물
2. 상처가 남긴 딱정이
3. 소중한 사랑
저자소개
책속에서
햇살이 가득한 커피숍 창가에 두 여자가 마주 앉아 있다. 젊은 여자는 왠지 기가 죽어 보이는 데 반해 중년 여자의 모습은 당당함과 세련미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흐른다.
중년의 여자는 얇은 흰 봉투를 핸드백에서 꺼내 탁자 위에 놓으며 낮은 목소리로 짧게 말했다.
“이 돈이면 되겠지? 삼천만 원이야.”
“어머니!”
“왜? 모자라서? 염치가 없구나. 그럼 얼마면 되겠니?”
“어머니! 이제 3년밖에 안 되었어요.”
“너는 3년이 짧은가 본데 나는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다.”
“병원에서도 조금 기다려 보자고 했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이제 의사 말도 못 믿어. 그동안 기대했던 게 몇 번이야. 매번….”
“어머니….”
“또 속으라는 거냐? 용하다는 점쟁이가 그러더라. 네가 아이를 못 낳는다고. 내가 생각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어머니! 제발 이러시지 마세요. 요즈음 그이도 어머니가 자꾸 이상한 말을 하시니까 힘들어해요.”
“민우가? 못난 놈! 우리 집안이 어떤 집안인데 대를 끊게 내버려 두란 말이야.”
“어머니! 병원에서도 그랬잖아요. 아무 이상 없다고.”
“그래. 너 말 잘했다. 지금 병원에서도, 다른 병원에서도 네 말대로 이상 없다고 했지? 그런데 왜 애가 안 들어선 대니. 이상 없으면 애가 있어도 벌써 있었어야지. 안 그러냐.”
처음 민우와의 결혼 아닌 결혼을 가족 중 누구도 찬성하지 않았다. 선택은 자신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여진이 이런 마음을 비친다면 가족은 여진보다 몇 배 마음 아파할 것이다. 그녀의 선택을 두고 어떤 이에게는 신데렐라로, 어떤 이에게는 효녀 심청이로, 어떤 이에게는 바보로 비춰지고 있다 한들 상관없지만, 현실에 자신의 부정함이 조금씩 파고들고 있음이 이제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조건 속에 자고 있던 현실이라는 단어와 결혼이라는 단어가 이제야 진한 색깔을 내뿜으려 서서히 움직이고 있음에 소스라친다.
목사와 정을 통한 헤스터가 떠오른다. 작가 나다니엘 호손이 쓴 주홍 글씨의 주인공인 헤스터 프린.
이 집에서 나가는 날, 헤스터가 가슴에 달고 있는 것보다 큰 리본이 자신의 가슴에 달리게 될 것인데 왜 이제야 선명하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여진은 그동안 자신의 선택에 작은 상처도 없을 거라는 착각을 했었을까. 여진은 지금 쪼그리고 앉은 자세 이대로 단 몇 분이라도 누군가에 안겨 이 순간의 복잡한 생각을 잠시만이라도 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