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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491997
· 쪽수 : 251쪽
책 소개
목차
‘밥질’하는 여자
남자와 여자는 사이좋게
VIP라운지의 여자들
말로는 다할 수 없는
사람들의 비밀
상처가 이루어내는 소중한 용기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을까
사랑은 스테이크 같은 것
졸혼은 개뿔, 차라리 이혼을 해라
네가 홀로 우는 날
귀착지를 보장받지 못한 우주선
아버지의 여자와 아들의 여자
풍선은 하늘로 높이
웨딩숍이 어울리는 여자
카레라이스
맥주 마시는 밤에, 카레라이스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결혼 전까지 유난은 오랜 세월 동안 밥하는 일과는 별 상관도 없는 교육들을 받았지만, 다행히 타고난 손맛 덕에 밥을 맛있게 잘했다. 전공이었던 수학은 밥하는 일을 포함한 살림살이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세상살이의 약삭빠른 계산 같은 것은 그다지 잘하지도 못하는 그녀였지만, 사람들은 수학 전공인 유난이 셈이 빠를 것이란 의심까지 해대었다. 지난 긴 세월 동안의 공부는 정말이지 살림살이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밥하는 일에만 전념할 수 없게 하는 장애요인인지도 몰랐다. 무언가 자기가 진짜로 해야 할 일은 어딘가에 따로 있을 것만 같았기에 유난은 생활 속의 어떤 일에서도 온전한 즐거움을 느낄 수가 없었다.
“관심 없어. 졸혼은 개뿔, 차라리 이혼을 해라.”
유난이 남편에게 이혼을 하자고 하면 펄쩍 뛸 것이다. 저 남자는 지금 그나마 유난이 이혼하자고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남편에게는 원만한 가정생활도 세상에 보여지는 자신의 성취 중의 하나다. 세상의 출세께나 한 남자들의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자신들의 경력에 이혼은 흠이 될 테니까. 결혼은 남자와 여자 중에 누구에게 더 이득이 되는 것일까? 남자든 여자든 간에 더 간절한 사람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유난은 이런 생각을 셀 수도 없이 했다. 이런 생각의 끝엔 언제나 학교일을 포기하면서까지 결혼을 했어야 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가슴속에 거친 바람이 일고, 두 눈이 뜨거워졌다.
유난은 땀이 나기 시작했다. 집을 나서기 전에 수증기를 뿜어대며 연소하던 그 상태가 되고 말았다. 앞에 앉아 있는 이 남자, 이 원수에게 쏟아낼 수 있는 최악의 독설은 무엇일까? 유난은 식탁 위의 카레 접시에 눈길을 둔 채 나지막이 말했다.
“그딴 밥? 그딴 밥을 평생 열심히도 먹어치운 사람이 그런 말을 해? 그딴 밥질 이제 그만할게. 나는 이제 그만 떠날까 해. 당신에게 식모였던 나는 이제 끝이야.”
남편은 가슴이 철렁했다. 실수를 했다. 어쩌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