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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88957690796
· 쪽수 : 168쪽
책 소개
목차
아이의 탄생
아버지의 어지럼
고리오 영감, 또는 아버지의 암
자연의 꼭두각시
삶의 두 의미
자아의 증발
아버지 되기
내 아이, 나의 것
판단 없는 시선
내 자유의 장례식
한 가정의 폭풍 안에서 쓴 항해일지
인내심을 갖기
모험은 끝났다
부모의 불안
우리 아이가 가장 예쁘다
자연
아내
아이가 운다
하나가 된 아내와 아들
노예가 된 것인가?
아이는 모든 것을 앗아간다
극심한 피로
아들, 내 경쟁자
아빠, 우리 영웅
아이가 웃는다
갓 태어난 아이를 위한 성무일과서
아이를 갖는 이유
리뷰
책속에서
원칙적으로 아이를 낳는 것은 사랑 때문이다. 적어도 모두들 그렇게 믿고 있다. 서로를 사랑하는 부부에게 아이를 갖는 일은 일반적으로 그리고 통상적으로 애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관점은 어쩌면 꽤나 순진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출산의 주된 원인이 사랑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심지어 그것이 숙고 끝에 무르익은, 자유의사에 의한 결정인지조차 의심스럽다. 나를 깨우친 것은 한 편의 텍스트, 쇼펜하우어의 대작 <의지의 표상으로서의 세계>의 여러 보유補遺 중 하나인 「성애의 형이상론」이다. (중략) 그렇다면 이 독일의 염세주의자는 출산의 문제에 대해 뭐라 말하고 있을까?
「성애의 형이상론」은 시인들의 낭만적인 묘사 너머에 있는 진실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라고 권유한다. 이 진실은 무엇일까? 사랑은 우리가 번식하도록 만들기 위해 자연이 이용하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적으로 생식을 유도하는 성적 본능의 편재성遍在性을 인간들에게 숨기고 우리가 애정이라고 부르는 섬세한 장막으로 그것을 점잖게 뒤덥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류에 대한 모독이다. 우리는 자연의 봉인 것이다. 인류는 거대한 자연 전체가 실을 잡아당기는 불쌍한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시인들은 거짓말쟁이들이다. 그들은 작품을 통해 본능이 지배하는 슬픈 현실을 치장하고 거기에 사랑이라는 꿈결 같은 이름을 붙인다. (36~38쪽, '아버지의 어지럼| 자연의 꼭두각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