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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때만 들리는 소리

혼자일 때만 들리는 소리

조향미 (지은이)
  |  
푸른책들
2013-09-25
  |  
10,5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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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때만 들리는 소리

책 정보

· 제목 : 혼자일 때만 들리는 소리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57983645
· 쪽수 : 128쪽

책 소개

미래의 고전 시리즈 35권. 푸른문학상 수상 작가 조향미의 단편 동화집으로, 상실과 결핍으로 인해 상처 입은 아이들의 내면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듬고 섬세하게 그렸다. 각각의 이야기는 때로 유쾌한 재미를 선사하고 때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목차

구경만 하기 수백 번
혼자일 때만 들리는 소리
그를 만나다
못이 박힌 자리
뻥튀기
엄마다 쿵, 엄마다 쿵
작가의 말

저자소개

조향미 (지은이)    정보 더보기
경상남도 합천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에서 생화학을 공부했다. 2005년 동시 「장독 뚜껑 우물」 외 6편으로 제4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08년 단편동화 「구경만 하기 수백 번」으로 제6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동화집 『혼자일 때만 들리는 소리』와 장편동화 『달려라 펫』, 『오총사 협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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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쪼다 같은 놈. 지금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
나는 진우 등을 흘겨보았다. 그 순간 식판을 들고 일어서던 진우가 곁눈질로 뒤를 째려봤다. 내 눈과 마주쳤다. 못 본 척 눈을 돌리기엔 너무 늦어 버렸다. 나도 진우를 흘겨봤다. 이상했다. 진우와 나 사이에 잠시 시간이 정지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움찔하며 눈을 돌렸다.
새로운 종목이 하나 더 만들어졌다. 김치 국물 쏟기 한 번.
점심을 다 먹고 노는 사이에도 태준이는 진우를 가만두지 않았다. 기록은 계속계속 고쳐졌다. 찌르기 열두 번, 뒤통수 때리기 열 번.
진우는 밟아도 꿈틀할 줄 모르는 바보 지렁이다. 죽을 때가 되어서야 한 번 꿈틀하던 그 못난 지렁이. 그게 바로 진우다.


해찬이는 식판이 시키는 대로 식판의 앞부분을 살짝 들어 보았다. 그러고는 그 아래를 슬쩍 들여다보았다. 울룩불룩한 식판 밑바닥의 가운데가 움질움질하는 게 보였다. 그것이 식판이 말한 자신의 입인 모양이었다. 확인시키듯 식판이 입을 쩌억 벌렸다. 꼭 가오리 입 같았다. 그러자 식판에서 딸까닥, 쇳소리가 났다.
“딸까닥, 야, 근데 넌 뭐가 그렇게 어렵냐? 내가 너한테 몇 번이나 말을 건 줄 알아? 내가 그렇게나 딸까닥거리는데도 알아듣지 못하고. 너만큼 둔한 애는 처음이다. 눈치가 없는 거냐, 관심이 없는 거냐?”
해찬이는 식판이 말을 걸어오는 걸 알아챌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도리어 묻고 싶었다.
“딸까닥, 근데 넌 왜 항상 혼자야?”
해찬이는 작게 한숨을 뱉어 냈다. 왜 혼잘까? 해찬이도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언제인지도 모르는 사이, 어느 순간 아이들과 뚝 떨어진 곳에 자신이 있었다.


아빠 지갑은 아빠만큼이나 낡고 초라했다. 천 원짜리 몇 장과 아빠임을 알리는 각종 신분증 그리고 가족사진. 규리의 초등학교 입학을 기념하며 찍은 축소형 사진이었다. 어린 규진이가 아빠 무릎에 안겨 있었다. 규진이는 사진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자신이 외면해 버린 아빠의 눈길이 얼마나 오래도록, 얼마나 애달프게 사진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을까.
규진이는 아빠의 수건에 얼굴을 묻었다. 주행 거리만큼이나 깊었을 아빠의 외로움이 수건에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아빠의 땀 냄새는 송곳처럼 아팠다.
아빠가 떠나고 얼마 안 있어 엄마의 통장으로 큰돈이 들어왔다. 생명 보험 회사가 보낸 아빠의 사망 보험금이었다. 꿈에 그리던 돈을 품고도 엄마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엄마는 멍하니 통장에 찍힌 숫자만 뚫어져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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