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들다 2

민정은 입으로는 투정하면서도 그의 입술이 다시 다가오자, 사르륵 눈을 감으며 그의 목에 두 팔을 둘렀다. 한 달 만에 접하는 그의 숨결이, 그의 체취가, 그의 따스한 체온이, 가슴 떨리게 좋아서, 그녀는 그를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녀를 부드럽게 휘감는 그의 감촉에 민정은 작게 탄성을 내뱉으며 두 손으로 그의 머리를 꼭 감싸 안았다.
입술에서 시작된 열기는 이미 그녀의 온몸을 뒤덮고 그녀의 이성을 하얗게 태우고 있다.
- 18장

이제는 희미해져 제대로 된 그림을 떠올릴 수는 없지만…… 그들을 보며 환하게 웃던 현식의 미소만은 뚜렷하게 기억되는 그 순간……. 지금은 성진을 사랑한다고 해도 민정 역시 그 순간만큼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첫사랑이란 그리 쉽게 지워지는 것이 아니니까. 추억이란 이름으로 가슴 한구석에 간직하는 게 바로 아련한 첫사랑이니까 말이다
- 21장

“밖에 아직도 눈 와요?”
“아니. 이젠 그쳤어.”
“음, 오빠 몸이 차다. 이리 와요. 내가 따뜻하게 녹여줄 테니까…….”
오늘 밤은 그 없이 혼자 지낼 거로 생각했는데 아무런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니 감동이 배가 되는 것만 같다. 민정은 은은히 들려오는 그의 심장 고동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살며시 행복한 미소를 떠올렸다.
“오늘 온종일 바빴을 텐데……. 너무 피곤해서 잠이 안 왔나 보다.”
- 2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