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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무협소설 > 한국 무협소설
· ISBN : 9788958319221
· 쪽수 : 316쪽
책 소개
목차
27권
바닥과 바닥 사이
쇄혼독비(碎魂毒匕)
타 들어가는 생명
용(龍)과 싸우다
봉황을 묶은 금제(禁制)
경국지색(傾國之色)
생사무허가 불락구척
비류연, 무명과 만나다
승부는 지금부터
삼초지적(三招之敵)
오의(奧義) 파해(破解)!
남매
탈출하는 자
남궁상, 절망하다
광란(狂亂)하는 서풍(西風)
무명, 깨어나다
바람을 부리는 자
한밤의 방문자
비류연과 그 일당들의 좌담회
28권
서(序)
강호란도로
서찰을 전하다
분노하는 효룡
넘겨진 선택
잠입하라!
어머니들
연화기 휘날리며
색마(色魔)가 간다!
얼어붙어 있는 검
형산일응(形山一鷹), 선녀들을 만나다
풍어(豊漁)들의 역습
현녀강림(玄女降臨)!
긴장된 동행 관계
남대문을 열어라
깃발을 올리다
무한의 밤
다가오는 위험
불꽃[炎]의 쌍둥이
염도와 빙검 대 구천현녀
건곤일월합격진
흑천십비(黑天十碑)
굉천(轟天), 움직이다
비류연과 그 일당들의 좌담회
29권
서(序)
웃어라, 남궁상!
어둠 끝에 닥친 어둠
흔들! 흔들!
나예린의 결의
폭풍 속에서 날아올라라!
움직이기 시작한 전란의 수레바퀴
3000 vs 4
3000 vs 1
대난원(大難猿)
현현(顯顯)! 삼대 낭랑의 신위(神威)
격염(激炎)! 화룡난류(火龍亂流)
신(新) 녹호객잔(綠護客棧)
비류연과 그 일당들의 좌담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동이 트기 직전의 새벽녘.
잿빛의 어둠이 깔린 호수는 자욱한 안개로 둘러싸여 있었다. 사람들이 왕래하기에는 이른 시각인지라, 인기척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호숫가의 텅 빈 선착장으로 물살을 가르며 배 한 척이 들어왔다.
사람을 오십여 명 정도 태울 수 있는 중형 배였다.
덜컥덜컥, 배에서 가교가 내려지더니 십여 명의 사람이 어슬렁거리며 그 위를 지나갔다. 뭍으로 내려온 이들은 저마다 졸린 눈을 비비거나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안개 속으로 흩어졌다. 모두들 밤을 배에서 보낸 이들이었다. 타고 있던 선원들도 망꾼 한 명만을 남겨놓은 채 술과 음식, 잠자리가 기다리고 있는 주막을 찾아 떠났다.
“흐아아아아아암! 씨앙! 지랄 맞게! 왜 내가 또 당직이야!”
닷 발이나 튀어나온 전칠의 입에서, 늘어지는 하품과 함께 불평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제 갓 들어온 신참이라고 궂고 귀찮은 일은 죄다 그에게 떨어지는 것 같았다. 지금쯤 고참들은 따뜻한 주점에서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팔자 좋게 늘어져 있으리라. 이쯤이면 불만이 차곡차곡 쌓여 산을 이루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나도 그냥 확 처자버려?”
번을 서야 되는 처지라고 해서 간밤에 제대로 쉬게 해준 것도 아니었다. 천근만근 무거워진 눈꺼풀이 언제 아래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잠의 유혹은 때때로 여자의 유혹보다 무서운 법이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곧 가로저었다.
“아니야, 아니야. 그래도 일을 맡았으니 제대로 번을 서고 있어야지.
만일 자고 있다가 성깔 나쁜 선주한테 걸리기라도 하는 날엔…….”
그 뒤는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해고라니……. 백수라니……! 내가 백수라니…….
고자 다음으로 무서운 게 바로 백수 아닌가!
결국 그는 요즘 젊은이답지 않게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하기로 결정했다.
‘오오, 혹시 난 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의지의 선원인 게 아닐까?’ - 27권 '1장. 바닥과 바닥 사이 - 비류연, 피 토하다' 중에서
서(序) 그치지 않는 비
쏴아아아아아아아아!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이.
빗줄기가 땅을 때리는 소리가 고막을 세차게 울린다.
나백천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쏴아아아아아아아!
비가 미친 듯이 그의 얼굴과 몸을 때린다. 검을 쥔 오른손은 풀 속에 잠겨 있었고, 그의 왼손은 그의 가슴께에 놓여 있었다. 현재 그는 풀밭에 누워 있는 상태였다.
주위에는 나무들이 그를 빙 둘러싸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누운 이 공간만은 마치 숲 속에서 도려내어진 듯 텅 비어 있었다. 그 많은 나무들 중 단 한 그루도 그의 우산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왼손을 들어본다. 붉은 피가 가득하지만, 떨어지는 빗물에 금방 씻겨 나간다.
자신의 피다.
또다시‘그때’입은 상처가 터진 것이다. 벌써 몇 번째일까? 상처가 아물 시간조차 없었다.
쏴아아아아아아.
비가 미친 듯이 내려 전신을 때린다.
몸이 차가워지고 있었다.
움직여야 했어. 어서 이 자리에서 움직여야 했다.
그는 오른팔을 들어보려 한다. 그러나 검이 만 근이라도 되는 듯 꿈쩍도 하지 않는다. 다리마저 움직이지 않는다. 몸이 납덩이처럼 무겁다. 땅속으로 파고들어 갈 것만 같다.
얼마 만일까?
이토록 지독하게 부상을 입고 땅바닥에 누운 채 꼼짝도 못하게 된 것은.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점점 더 눈이 감긴다.
피곤하다. 지독히 피곤하다.
잠을 자고 싶구나…….
눈꺼풀이 다시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한다. 비가 눈에 들어왔는지, 눈앞이 안개라도 낀 것처럼 뿌옇게 흐리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정천맹주씩이나 되는 자가 이름없는 들판에 누운 채 이게 대체 무슨짓이란 말인가.
‘꼴사납군.’
그런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정말 꼴사납다.
피곤하다.
오늘은 더 이상 추적이 없겠지…….
‘그 일곱이 이렇게까지 강하다니…….’
피곤하다. 잠이 온다. 의식이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다.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자고 싶다……. 눈이 감긴다. 캄캄한 암흑이 찾아온다.
차가운 비도 더 이상은 그의 의식을 깨우지 못한다.
시야 안을 서서히 번져 가는 어둠, 그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예린아…….’
너의 웃음을 보고 싶었는데…… - 28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