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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60513266
· 쪽수 : 376쪽
책 소개
목차
뜻밖의 아이, 워커
01 불면의 밤들 …11
02 물음표를 키우는 일 …23
03 소아과에서 유전과로 …40
04 침묵이 드리워지다 …52
05 워커가 만든 세상 …78
06 고장 난 아이 …102
내 아들의 집을 찾아서
07 워커 떠나보내기 …113
08 CFC의 세상 속으로 …155
09 하지만 여전한 물음표 …192
10 유전자의 철자 오류 …211
워커가 가르쳐 준 것들
11 라르슈, 그들이 사는 세상 …245
12 뷰티풀 마인드 …279
13 아빠, 내가 보여 줄게요 …307
14 달에게 더 가까이 …343
책속에서
워커는 생후 7개월 때 CFC 증후군으로 진단을 받았다. (…) CFC란 병명 그 자체는 가장 눈에 띄는 증상을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심장을 뜻하는 'cardio'는 심장 기형·확대와 계속 들리는 심장 잡음을, 얼굴과 관련된 'facio'는 튀어나온 이마와 아래로 처진 눈 등 특징적인 안면 기형을, 피부를 지칭하는 'cutaneous'는 피부 이상을 뜻한다. 처음 내게 이 증후군을 설명해 준 유전학자는 전 세계에서 CFC 증후군을 앓는 어린이는 워커를 빼고 딱 8명뿐이라고 했다. 8명. 어떻게 이런 일이? 미지의 은하계로 내동댕이쳐진 느낌이었다.
종류가 무엇이든 증후군을 앓는 아이를 둔 부모는 아이를 유전과로 데려가라는 말을 들은 날을 잊지 못한다. 진단과 관련해 지옥과도 같은 제2라운드가 시작된 날. 아이의 건강 문제, 치료할 수 있는 어떤 문제가 그 순간을 기점으로 과학의 문제로 돌변한다. (…) 세포분열 고속도로의 앞쪽 몇 킬로미터 지점에서 사고가 있었던 것이다. 출발점으로 되돌아가야만 하는 상황. 결혼반지를 바다에 빠뜨린 것과 비슷한 충격이었다. 바닷물 속에 빠진 반지는 되찾을 수가 없다. 이것은 우리가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득한 고대, 태곳적을 떠올리게 하는 관념. 어저께만 해도 정상적인 생명체의 일부였던 워커가 진화의 오류가 되었다.
워커가 커 가면서 쯧쯧 혀 차는 소리로 소통하는 우리 둘만의 언어가 생겼다. "안녕, 나야. 난 너한테 쯧쯧 거리고 있어. 너한테만 하는 거야. 왜냐면 너하고 나 둘만 쯧쯧 소리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라는 식이었다. 그러면 워커는 "아, 안녕. 아빠, 거기 있네요. 나도 쯧쯧 소리로 대답하고 있어요. 우리만의 언어로 말하는 게 좋아요. 정말 재밌어요."라고 답하는 것처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