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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라이트 노벨 > 앨리스 노벨
· ISBN : 9788960520271
· 쪽수 : 306쪽
책 소개
목차
9. 황제를 사로잡아, 내 품속에!
10. 안녕!
11. 《바네사》 언니, 나랑 놀아요!
12. 《아메리카노》 역시 모험은 재밌어!
13. 《아이작》 나쁜 아가씨는 벌 받아야겠지?
14. 《지안》 자아, 이제 마음껏 앙앙 울어 봐
15. 《헤일러스》 사랑한다면 묶여 달라고 하지 않았던가?
16. 《에필로그》달밤의 질주
후기
책속에서
“오, 옷은 왜 벗어요!”
나를 탁자에 눕힌 헤일러스는 자신의 목에 감겨 있던 것을 풀었다. 그러고는 부드러우면서도 빠른 동작으로 상의를 벗었다. 내 오른손은 여전히 아이작의 단단한 손에 꼭 잡혀 있었는데, 손에 힘을 어찌나 주는지 아파 죽는 줄 알았다.
“황제께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아이작은 낮게 으르렁거렸다. 먹을 것을 두고 싸우는 짐승의 눈빛이 감돌기도 했다. 뭐야, 얘네……. 무서워.
“아, 일단 아이작은 이 손 놓고! 헤일러스, 당신은 저리 비켜요!”
나는 탁자에 어정쩡한 자세로 누워 있는 상태다. 가뜩이나 피곤해 죽겠는데 이 두 남자는 나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얘들아, 제발 나 좀 신경 써 주렴. 내 말을 좀 들으란 말이다! 눈에 힘을 팍 주고 두 사람을 노려보아도 내 눈빛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아이고, 이것들이 사람 잡네. 사람 잡아!
“그렇게는 못하겠는걸.”
헤일러스는 말을 마치며 음흉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의 행동에 내 손목을 쥐고 있던 아이작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아악! 아파! 아프다고! 그리고 당신은 좀 비켜요! 비키라고! 황제라고 권력 남용하지 마! 아악!”
꽤 넓은 크기를 자랑하는 아델라이드 방에 내 비명만이 크게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은 여전히 나를 가운데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데다, 주섬주섬 옷까지 벗고 있었다. 나는 불현듯 지안과 있었던 일이 떠올랐고, 몸이 싸해지는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이것들이 지금 날 두고 그렇고 그런 짓을 하겠다는 거야? 둘이서? 티타임을 즐겼던 탁자에서? 그것도 내 방이 아니라 아델라이드 방인데?
“하지 마! 이것들아아악!”
내 절규는 귀에 들어가지도 않나 보다. 두 사람은 신경전을 벌이다가 이내 주섬주섬 옷을 벗어던졌다. 보통 “내 여자야!”라면서 못 건드리게 하고 나가야 할 텐데, 아이작과 헤일러스는 그럴 생각이 없는 듯했다. 헤일러스는 제일 먼저 벗기 시작해서 그런지 이제 바지만 벗으면 끝나고, 아이작도 늘 단정하게 차려 입었던 슈트를 벗어던진 지 오래다.
“품위 없군.”
“그러는 황제께서는 제 여자를 함부로 대하시는군요.”
“정정하지. 서지현은 네 여자가 아니라 나와 혼인을 약속한 여자다.”
혼인은 무슨! 연애부터 하는 거라고 하고 튀었는데, 그게 왜 혼인한다는 걸로 바뀐 거지?
“내가 언제 너랑 결혼한다고 했냐!”
“쉿.”
헤일러스는 조용하라는 의미로 내 입술에 다시 한 번 입을 맞췄다. 이번에는 처음 그가 선사했던 입맞춤보다 짧았다. 잠자코 지켜보던 아이작이 그의 머리카락을 잡고 뒤로 제쳤거든. 자, 이제 저놈을 치워 줘. 난 그 틈을 타서 튈 테니까.
“내 여자라고.”
아이작은 그렇게 말하며 내 입술에 묻은 헤일러스의 침을 닦아 냈다. 그러고는 그가 보란 듯이 깊게 입을 맞췄다. 오, 맙소사. 거기 하늘에 계신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제가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기라도 했답니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건가요?
“떨어져, 미친놈들아!”
목이 찢어질 정도로 소리 질러 봤자, 아이작과 헤일러스는 서로 신경전을 벌이느라 귀담아 듣지도 않았다. 내 입에서 튀어나온 비명과 고성은 그들에게 있어 배경음악과도 같은 건가 보다. 둘이서 티격태격하느라 내 생각은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어쩌다가 제가 이런 지독한 역하렘 세상에 떨어진 걸까요?
“어이, 거기 멈춰.”
멈추라는 말에 고개를 들어 보니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아메리카노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붉은색 눈동자를 반짝이고 있었다.
“아멜!”
반가운 마음에 그의 이름을 불렀건만, 아메리카노는 바닥으로 뚝 떨어지더니 어깨에 두른 망토를 벗어던졌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끼워 줘.”
아니, 날 데리고 도망치는 게 아니라 끼워 달라고? 얘가 정상이 아니라는 건 진즉 알았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아니,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세 놈 모두 이상하다. 이상해! 지금 내 눈에는 그들이 한 마리의 짐승들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