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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라이트 노벨 > 앨리스 노벨
· ISBN : 9788960525528
· 쪽수 : 226쪽
책 소개
목차
1. 낯선 세계, 그리고 남자
2. 홀란, 예고된 만남
3.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4. 고삐를 잡아라!
5. 조금 특별한 그 남자와 나비
6. 황궁의 미친 개
7. <아이작> 내가 미처 몰랐던 것
리뷰
책속에서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늘 그렇듯 학교로 향했고, 강의실에 앉아서 강의가 끝나길 기다렸다.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강의는 박춘보 교수의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다. 교양 필수과목이라서 별수 없이 선택했지만, 지루해도 너무 지루했다.
‘망할 꼴뚜기.’
나는 머리가 반쯤 벗겨진 박춘보 교수를 두고 ‘꼴뚜기’라고 불렀다. 생긴 것도 비슷한데, 저 교수와 밥 먹을 때면 꼴뚜기만 먹을 확률이 99.9%다. 그렇다 보니 나 말고도 다른 애들도 그를 두고 꼴뚜기라고 놀렸다. 아, 물론 다들 교수 몰래 그렇게 부른다.
저번에 바로 위 선배가 “꼴뚜기, 꼬올뚜기!”라며 비아냥거리다가 점수 테러 당했던 사건이 있었다. 학과생 사이에서 꽤 유명한 이야기였던 터라, 지금은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학점 짜기로 소문난 교수인데, 굳이 앞에서 나대다가 학점을 똥으로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는…….”
쉬는 시간까지 쪼개 가면서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는 통에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 강의가 있는 날이면 학식 먹는 건 포기해야 한다. 지금 생각해도 꼴뚜기가 무슨 내용으로 수업을 이끌어 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거 하나는 기억한다. 무척이나 지루하고 재미없었다는 거.
아무튼 지루한 강의가 끝나자마자, 나는 곧장 교직원 식당으로 달렸었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먹는 곳보다 교직원 식당이 훨씬 맛있고 저렴한 걸로 유명하다. 거기에 일주일 내내 고기반찬이 끊이질 않았으니, 교직원 식당을 아는 애들은 죄다 여기 와서 먹는다.
사실 학생들이 이용하는 식당에서 먹는 게 나에게는 이득이다. 기숙사에서 지내는 터라, 기숙사비에 끼워서 파는 식권이 넘치니 말이다. 저번 학기에 산 식권도 기숙사에 가득 쌓여 있다. 사용 기한이 지나긴 했어도 버리기 귀찮아서 놔뒀더니 어느덧 한 소쿠리를 채우고도 남을 정도에 이르렀다.
그런 이유로 학식이 맛없어도 꾸역꾸역 챙겨 먹는 편이다. 이것도 다 돈 주고 산 건데, 안 먹기에는 좀 그렇잖아? 뭐, 꼴뚜기 수업이 있는 날이면 교직원 식당에 가서 돈 주고 사 먹지만 말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내가 교직원 식당으로 부리나케 달리던 찰나, 그만 발을 헛디뎌서 발목을 제대로 삐었다. 덕분에 나는 손쓸 틈도 없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
그때 어렴풋이 사람들이 내 주위에 몰려서 수군거리는 건 들었다. 어떤 이들은 쟤 뭐냐고 킥킥거리기도 했고, 한쪽에서는 구급차 부르라며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데 내 기억은 거기서 멈췄다.
그리고 지금, 홀딱 벗은 상태로 낯선 방에서 깨어났다.
“오늘따라 더 섹시한걸.”
아주 이상한 남자와 한 이불을 덮은 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