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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63192864
· 쪽수 : 160쪽
책 소개
목차
백 년 만의 이사
작가의 말
책속에서
나는 발끈해서 화풀이를 해 대기 시작했다.
“나는요, 할아버지 때문에 창피해서 살 수가 없어요! 내 친구 정수네 할아버지는 엄청 부자라서 걔네 아빠랑 아빠 형제들한테 건물 한 채씩 물려줬대요. 정수한테 매달 용돈도 20만 원씩 준대요. 현진이 형네 할아버지는 전에 엄청 유명한 국회의원이었대요. 지금도 명절이면 선물 든 사람들이 줄을 선대요. 현진이 형은 세상에서 할아버지를 제일 존경한대요.”
아버지는 내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지만 나는 자꾸 어머니 뒤로 숨기만 했어. 당장이라도 이놈, 네 녀석 때문에 내가 여기 갇혀 있다고 호통을 치실 것만 같아서 겁에 질렸지. 한편으로는 우리 아버지가 나쁜 사람들이 가는 감옥에 갇혀 있다니, 엄청난 죄를 저지른 게 틀림없구나 싶었어. 어린 나는 남의 돈을 빼돌렸다는 일본 놈들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거야. 아버지가 잡혀간 후 우린 일본 놈들에게 집과 재산을 모두 빼앗겼어.
시내에 큰 포목점까지 가진 부잣집 장손으로, 할아버지의 인자하고 넉넉한 보살핌을 받으며 남부럽지 않게 지냈던 게 불과 몇 해 전이었어. 순식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형무소에 갇히고 집이 사라졌어. 단칸방에서 춥고 배고프게 지내는 것도 모자라서 이젠 학교도 갈 수 없대.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고 위안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어. 밤에 서늘하고 축축한 기분에 눈을 뜨면 어김없이 요가 젖어 있었지. 차가운 요 위에 누워 있을 때면 아버지가 참을 수 없이 미웠어. 이 모든 불행이 아버지 때문인 것 같았지. 아버지가 죄만 짓지 않았다면 우리는 여전히 좋은 집에서 편안하고 풍족하게 지냈을 텐데. 나는 가죽 가방을 메고 학교에 다녔을 거야. 우리 아버지는 왜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