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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3270777
· 쪽수 : 250쪽
책 소개
목차
1권
제1장 해상 대결
제2장 아콰포비아
제3장 유격훈련
제4장 위문편지와 가스훈련
제5장 사격훈련과 캔 맥주
제6장 눈물 속의 진해 군항제
제7장 개종
제8장 임관
제9장 내 마음의 영혼
2권
제1장 여인의 여인
제2장 가슴에 품은 참수리호
제3장 미지의 망명자
3권
제1장 전설 속으로 사라진 초계함
제2장 사랑을 향해 쏘다
제3장 약속과 데자뷰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디에선가 둔하면서도 높은 음향이 연속적으로 들려왔다. 함포 소리였다. 40mm 보포스 단장포가 발사된 것이다. 대명 2호 선장은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에서 하얀 물보라가 보이고 있었다. 그 물보라는 엄청난 속도로 이곳 대명 2호를 향해 접근해 오고 있었다. 한국 해군의 참수리 고속정이었다.
“종간나 새끼! 죽이갓서!”
등산곶 초계정 정장이 상갑판에서 참수리 고속정 정장 김영호에게 T-68식 권총을 빼어들고 외쳤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김영호 정장이 이미 그에게 M1911A1 콜트 권총을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영호 정장은 등산곶 초계정 정장이 권총집에서 권총을 꺼내들려 하자 그보다 더 빨리 자신의 허리에 찬 권총집에서 M1911A1 콜트 권총을 빼어들었던 것이다. 그들은 불과 8m의 거리를 남겨두고 서로 권총을 겨누며 그렇게 엇갈려 스쳐지나갔다.
“꽝! 꽝! 꽝! 꽝! 꽝! 꽝!”
등산곶 초계정의 함미 갑판에 있는 37mm 단연장포가 순식간에 불을 뿜어댔다. 번쩍이는 불빛과 시커먼 포연 그리고 시뻘건 불기둥이 참수리 고속정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때 참수리 고속정의 중간 갑판과 후미 갑판에서도 거의 동시에 불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뚜두두두둥! 뚜두두두둥!”
“뚜두두두둥! 뚜두두두둥!”
중간 갑판과 후미 갑판의 20mm 발칸포에서는 귀가 멍멍하다 못해 아플 정도의 격발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각 발칸포는 6개의 포신이 돌아가면서 마치 우박이 쏟아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등산곶 초계정을 향해 1분에 3000발의 포탄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등산곶 초계정에는 경장갑을 뚫는 20mm 고성능 방화탄인 HE1 포탄들이 정신없이 쏟아져 들어왔다. 곧바로 등산곶 초계정의 후미에서는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그것은 참수리 고속정이 등산곶 초계정을 올라타는 소리가 아니라 등산곶 초계정을 반 토막 내는 소리였다. 등산곶 초계정은 NLL 선을 불과 200m도 채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두 토막이 되어 서해 바다 깊숙이 수장되어갔다. 45분간에 걸친 해전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콰앙!”
함교 위의 사람들은 엄청난 굉음과 함께 몸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사방은 하얗게 솟아오른 물로 휩싸였다. 물기둥이 사라졌을 때 초계함의 함수도 함께 사라져 있었다.
함수가 맞은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함교는 남아 있었다. 그러나 함수에 있던 76mm 주포와 40mm 기관포가 사라지고 없었다. 아니 이들 함포가 있던 갑판 자체가 없어졌다. 초계함은 4분의 1이 사라진 것이다.
라진수 병기장은 멀어져 가는 초계함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리고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초계함을 향해 거수경례를 부쳤다. 이때 단정 위의 대원들 모두 거수경례를 부쳤다. 물 위에 떠 있던 대원들도 초계함을 향해 거수경례를 부쳤다. 이제 저 초계함은 돌아오지 않는 싸움의 길을 떠나는 것이다.
이제 그 초계함은 침몰로써 영원히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다. 따라서 그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전설 속으로 사라졌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