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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3272870
· 쪽수 : 574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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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 활로(活路)
제2장 | 블랙 스퀘어즈
제3장 | 천파기인
제4장 | 도박사의 언어
제5장 | 보려고 하지 않는 자의 눈
제6장 | 시간의 승부사들
제7장 | 복기(復碁)
제8장 | 유령의 ID
제9장 | 히든카드
제10장 | 살인 대국
제11장 | 시크릿 존
제12장 | 인터대전
제13장 | 수순의 실마리
제14장 | 마지막 베팅
제15장 | 또 다른 반집
제16장 | 익명의 정체
제16장 | 로그아웃
저자소개
책속에서
“블랙 쪽에서는 별일 없었어요?”
“어젯밤에 베팅맨 하나가 크게 먹었어.”
“거기서도 대박이 났다고요?”
“심심마을에서도 대박이 터졌던 모양이지?”
“예. 한데 같은 대박이라도 어디 심심마을과 비교하겠어요. 얼마짜리였어요?”
“1백 70만이야. 배당률은 3.2배였고.”
“크긴 컸네요.”
“한데 말이야. 대박 먹은 그 베팅맨의 올 한 달 평균 베팅 승률이 76%에 육박하고 있어.”
“76%? 정말이에요?”
“정확히는 75.89%야. 이거 한번 봐. 지난달과 이번 달 그 베팅맨의 베팅 관련 자료야.”
자료 파일을 보니 베팅 횟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베팅 승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획득배당률도 높았다.
“베팅맨 사이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ID 같은데요?”
“그럴 거야, 아마. 그 뒷장에 보면 나와 있지만, 3년 전에 가입한 뒤로 1년여 활동하다가 돌연 휴면에 들어간 ID인데, 두어 달 전쯤부터 다시 출입을 재개했더군.”
“예전에는 그다지 활동을 하지 않았군요.”
가입 초기 1년 남짓한 동안 월 평균 베팅 횟수는 10회 남짓이었다. 1회 평균 베팅 액수는 2만5천 정도라 큰손 축에 들지는 않았지만 베팅 승률이 거의 90%에 이른 기록이 눈길을 끈다. 월 평균 베팅 횟수가 30회 미만일 경우에는 베팅 횟수 미달로 각종 기록 집계에서 제외시켜 오고 있어 나나 여러 베팅맨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활동을 재개하고부터는 가입 초기와는 달리 본격적으로 베팅 전선에 나설 모양인데, 앞으로 윤 사장이 한번 겨루어 볼만한 사람인 것 같아. 그의 지난달 베팅 승률이 근소한 차이로 윤 사장에 이어 2위이니까. 그나저나 이거, 윤 사장이 4년 연속 지켜온 베팅 황제 자리가 걱정되는데?”
“하하. 내공이 더 강한 고수가 나타나면 언제고 자리를 내어드려야죠.”
엷은 웃음을 띠며 말을 돌려본다.
“다른 일은요?”
“없었어.”
도박 속어에 초장끝발 종장개발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가입 초기, 한두 달 동안은 높은 승률을 뽐내던 베팅맨들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하향곡선을 그리는 것을 수없이 봐 온 터라 큰 염려는 되지 않았지만 왠지 그의 ID는 뇌리에 깊이 박혀드는 기분이다. 호적수를 만난 듯한 본능이랄까, 오랜 기간 잠에서 깨어난 고수를 만난 느낌이랄까.
산화.
산에 피는 꽃이라는 산화(山花)인가? 시들어 흩어진 꽃을 뜻하는 산화(散花)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장렬히 산화했다고 할 때의 그 산화(散華)인가? 어떤 한자어인지 알 수 있다면 그의 성향을 짐작하는데 일말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산화, 산화, 산화라…….
그때 내 방 밖으로 미지의 손님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무언가 문의하는 말소리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