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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63273280
· 쪽수 : 200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거리에 맺은 인연
제2장 병 위문
제3장 규상이 집
제4장 세 동무
제5장 운동화 때문에
제6장 화해
제7장 새 동무
제8장 규상이의 소원
제9장 친절한 영길 아버지
제10장 규상이의 소원대로
해설_김재용(원광대)
냉전적 반공주의 하에서의 민족적 통합 및 민주주의에 열망
책속에서
염상섭은 이대로 주저앉아 관망만 할 수는 없었다. 염상섭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냉전적 반공주의의 극단적 정황 하에서 그가 창안한 것은 속물화된 세태를 정밀하게 그려내는 방법이었다. 속물화된 현실을 두드러지게 그려냄으로써 그 자체를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의 수동적 반영에 머무를 수밖에 없음을 염상섭 자신도 깨닫게 되었다. 이런 재현의 벽 앞에서 우회적으로 생각해낸 것이 아동문학이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역설적이었다. 한 번도 아동문학을 한 적 없었던 염상섭이 갑자기 아동문학을 잡지에 연재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 필자가 발굴한 염상섭의 문제작은 바로 이러한 시대의 산물이었다.
우회적인 글쓰기만이 가능해진 공간에서 염상섭이 찾은 것 중의 하나가 만주국이라는 것은 대단히 역설적이다. 만주국에서 선생을 하다가 서울로 귀환하였지만 잠시 들었던 적산가옥이 불타는 바람에 산골의 방공굴로 이사하여 거주하는 한 여인네의 이야기이다. 만주국에서 일본말로 학생들을 가르쳤기에 해방된 남쪽에서 선생을 할 수도 없어서 공장에 나가 노동일을 하면서 남매를 키운다, 아동문학의 틀을 갖고 있기에 얼핏 보면 아동들의 우애를 다룬 것처럼 보인다. 잘 사는 집 아이가 잘 살지 못하는 아이를 이해하고 끌어안는 것이 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주제는 민족적 통합이다. 해방 전에 일본 제국의 치하에 있을 때 뿔뿔이 헤어져 살아야 했던 조선 사람들이 해방 후에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함께 모여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족적 통합이란 절실한 과제가 민주주의와 결합하지 못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알기에 그 둘 사이의 연관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민족적 통합이 내부의 차이(계급적 성적)를 무화하고 국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인 것이라는 점을 염상섭은 1920년대 이후 줄곧 강조하였고 이 점은 해방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채석장의 소년?이 비록 냉전적 반공주의의 극단의 시대 하에서 창작된 것이어서 앞서 보았던 것처럼 만주국을 불러온다든가 아동문학의 형식을 띠는 등 우회적인 방식을 채택하지만 민족적 통합과 민주주의를 결부시키는 동시에 확보하려는 지향만큼은 강하게 관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염상섭 문학을 오늘날에도 새롭게 읽을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한 것이다.(채석장의 소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