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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63275123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한국의 독자들에게 / 7
기억의 숲 / 21
옮긴이의 말 / 264
책속에서
“미국アメリカ─ 사름덜이 헤엄쳥 왐져.”
히사코ヒサコ가 소리 높여 외쳤다. 복사뼈 부근에서 찰랑거리는 파도를 느끼며 물속 조개를 찾던 후미フミ가 얼굴을 들어 히사코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 섬 건너편 강가에 임시로 설치한 항구에서 열댓 명의 미군 병사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저녁 무렵이 되자 작업이 끝났는지 그 가운데 몇몇이 작업복을 벗어던지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먼저 뛰어든 병사가 다른 동료들보다 훨씬 앞서서 헤엄치고 있었고, 뒤이어 뛰어든 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후미 일행이 있는 쪽으로 헤엄쳐 왔다.
양쪽 팔에 문신이 있는 미군 병사가 웃으며 사요코에게 무언가 말을 건넸다. 영어를 알아들을 리 없는 사요코는 후미 일행을 재촉하며 미군 병사 옆을 잰걸음으로 벗어나려 했다. 미군 병사가 사요코의 팔을 움켜잡았다. 해변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팔을 끌어당기며 미군 병사가 사요코의 입을 틀어막는다. 모래사장에 주저앉으려는 다리를 다른 미군 병사 둘이 움켜쥐면서 몸을 붙잡는다. 아단 숲으로 끌려가는 사요코를 후미 일행이 소리를 지르며 뒤쫓으려 했다.
미군 병사가 마을을 돌며 집집마다 수색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집에 다섯 명의 미군 병사가 다가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후미는 두려운 마음에 어머니에게 가서 안겼다. 문을 요란스럽게 두들기자 할아버지가 서둘러 열어주었다. 미군 병사는 신발을 신은 채로 방 안으로 들어와 큰 소리로 무언가를 말하며 집안을 살폈다. 돼지우리와 좁은 마당 구석구석까지 살펴보더니 옆집으로 이동했다. 미군 병사들의 살기어린 모습에 할아버지는 안방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후미는 할머니 품에 얼굴을 묻은 채 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