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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아프리카소설
· ISBN : 9788963275505
· 쪽수 : 344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한국의 독자들에게_프랜시스 B. 니암조 / 5
간행사 ‖ 구미중심적 세계문학에서 지구적 세계문학으로 / 8
프랑쎄파의 향기 ‖ 1부 / 17
‖ 2부 / 145
작품해설 ‖ 카메룬의 속살, ‘영어’와 ‘프랑스어’의 긴장_고인환 / 325
책속에서
프로스페르는 헐떡이는 개처럼 포망 지역의 한 집으로 달려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쫓기는 신세였다. 그때 로즈는 그를 어머니 침대 밑에 숨겨 주었다. 로즈와의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공포에 휩싸인 상황이었지만, 그는 관목 계곡에 우뚝 솟은 거대한 흑단 나무 같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넋을 빼앗겼다. 한동안의 소요가 가라앉은 후 그는 선물을 가지고 로즈를 다시 찾았다. 로즈 또한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뛸 듯이 기뻤다.
침실 문은 삐거덕거리며 열렸다. 방에 들어서자 놀란 쥐가 도망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는 쥐약을 사려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 프로스페르는 돈을 매트리스 밑에 보관하였다. 거기에 일정 정도의 돈이 모이면 은행에 가지고 갔다. 쥐들이 자신의 돈을 갉아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주변을 더듬어 문 뒤에 있는 몽둥이를 들었다. 쥐를 때려죽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불을 켰다. 주위가 밝아졌다. 로즈가 발가벗은 채로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프로스페르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보이는 건장한 남자가 있었다.
가방으로 달려갔다. 숫자 암호 코드로 잠겨 있었다. 여러 숫자들을 입력해 보았다. 번번이
실패였다. 다시 쇠지렛대를 들었다. 첫 번째 서류가방이 순식간에 열렸다.
“돈이다!”
자신에게 온 행운을 믿을 수 없었다. 만 프랑쎄파(FCFA)짜리 지폐 뭉치가 가득 차 있었다. 벽에 나무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가슴이 뛰었다. 그는 살금살금 현관문으로 갔다. 밖을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현관문을 조심스레 닫고 잠갔다. 침실로 와서 부서진 문을 닫았다. 만 프랑쎄파(FCFA)짜리 지폐 한 장을 꺼냈다. 두 손으로 돈의 양 끝을 잡고 머리 위로 높이 들어올렸다. 천장으로 들어온 빛이 지폐를 통과했다. 진짜 돈이다. 어딜 봐도 진짜 돈이다. 주머니에 돈을 넣었다. 식은땀이 났다. 이윽고 두 번째 서류 가방을 열기 위해 쇠지렛대를 구부렸다. 가방 속의 내용물을 보았다. 정신이 아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