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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5453772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1. 이령의 나무
2. 거꾸로
3. 이령에 대해 말하다
4. 스무 개의 눈동자가 그 여자를 지켜보고 있다
5. 그가 텅 빈 길을 달려오고 있다
6. 연극이 끝나고 막이 내리면
7. 아직 강가에 닿지 못했다
8. 유일한 이웃이 아니다
9. 이방인이 이방인을 만날 때
10. 다갈색 이마에 입 맞추었다
11. 그녀의 것이면서 그녀의 것이 아니다
12. 여자가 농담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13.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낡은 외투를 걸치고 보풀이 잔뜩 일어난 목도리를 두른 여자가 추위로 빨개진 홍옥 같은 제 뺨에 손바닥을 대고 가쁘게 숨을 몰아쉰다. 강바람이 여자의 검고 긴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린다. 장은 깜짝 놀랄 만큼 차가운 여자의 손등에 손을 얹었다가 진저리치며 떨어진다. 여자는 머뭇거리거나 수줍어하지 않고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두 눈을 크게 뜨고 흑갈색 눈동자를 반짝거리면서 웃는다.
쓰엉이 오토바이를 타고 개울을 건너 앞마당으로 들어설 무렵이면 이령의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가 번졌다. 집 안을 오가며 밥을 짓고 청소하는 젊고 건강한 외국인 여자를 경계하거나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쓰엉이 머물러 있을 때 하얀집은 정막이 걷히고 온기가 돌았다. 따뜻한 말이 오가고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쓰엉은 언제나처럼 조용하고 바쁘게 몸을 움직였다.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손금을 읽듯 빤히 읽히는 삶을 벗어나려면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는 것을 여자는 알고 있었다. 여자는 운명에 순응하는 삶을 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