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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5455028
· 쪽수 : 240쪽
책 소개
목차
1부 물결 따라
여섯, 아니 다섯 9
효자가 피워 올린 봉홧불 18
갯마을 소묘 28
뭐뭐 38
저기 둥둥 떠 있던 48
버드나무 아래서 83
2부 바람 따라
영원히 함께 95
마지막 숨바꼭질 116
안녕, 나의 메카여 125
이꿍이꿍 쩌꿍쩌리꿍 138
어와둥둥 146
3부 사람 따라
아리아리 아라리 157
그해 사흘 동안 172
저 벼들처럼 어깨를 겯고 181
동래의 마지막 기생 202
어머니의 노래 218
실감과 감동 - 조갑상(소설가) 235
작가의 말 239
저자소개
책속에서
자, 이제 눈을 떠봐. 눈을 떴을 때, 사방은 안개에 뒤덮인 듯 흐릿했다. 할아버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쉿, 할아버지가 말했다. 눈앞의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듯싶더니 성당 건물이며 바닷가에 위치한 부두 건물들도 사라지고 오래된 어촌 풍경이 나타났다. 우와, 할아버지 여기가 대체 어디에요? 여기가 어디긴, 여기가 여기지. 발아래엔 초록 보리밭이 펼쳐져 있고 아늑한 바닷가에는 작은 목선들이 떠 있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봐. 할아버지의 말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정말 쇠로 만든 소 같은 바위가 언덕배기에 놓여 있었다. 저게 소바위, 우암이란다. 그래서 알았다, 이곳이 왜 우암동이란 지명이 붙었는지를. 근데 할아버지, 저 바위는 어디 갔어요? (「뭐뭐 - 우암동 소막 이야기」부분)
어쩌면 이것 또한 운명일지 몰랐다. 바람을 닮은 녀석. 녀석의 몸속에 든 바람 또한 이 땅이 만들어낸 것, 그걸 어찌 막는단 말인가. 바람을 눌러 죽이는 방법은 없다. 저절로 제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았다간 되레 불길을 일으켜 제 생명을 앗아갈 수 있을 터. 바람은 흐르는 대로 두어야 한다. 그래야 산다. 어쩌면 단점이야말로 바람 없이는 날아오를 수 없는 방패연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둘이서 저리 어울려 산이며 바다를 헤맬 수밖에. (「저기 둥둥 떠 있던 - 용호동 신선대」부분)
아치가 고향을 떠나 입대한 것이 지난 1950년 9월 7일의 일이었다. (…) 장장 23일간의 기나긴 항해 끝에 이국의 작은 항구도시 부산에 도착했다.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12월 18일이었다. 그때까지 아치가 전쟁이 일어난 코리아라는 나라에 대해 들은 거라고는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사실뿐이었다. 그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구축함에서 내렸을 때에는 일본식 가옥들이 눈에 걸렸다. 이곳이 일본인들의 집단적 거주지였다는 사실은 며칠 뒤에 알았다. 하지만 그것 빼고는 모든 게 평화로워 보였다. 어쩌면 그 이유가 흰옷을 입은 사람들과 둥글둥글하게 생긴 낮은 지형 탓인지 모른다. 이런 곳이 평화를 잃고 전쟁 중이라니 믿기지 않는군. 곁에 있던 빅토르가 중얼거렸다. 빅토르의 말에 아치 또한 고개를 주억거렸다. (「영원히 함께 - 캐나다 참전용사 허시형제 이야기」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