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내 1

고칠 수 없는 일들도 있어, 그는 말한다, 그런 때는 그저 순응하는 수밖에 없어, 실이 풀린 스웨터라면 다시 뜰 수도 있겠지만 이건 전혀 다른 문제야, 우리들 사이에서 무언가 부서져버렸고 그걸 이어붙이는 데 우린 실패했어, 당신에게 책임을 묻자는 게 아냐, 책임은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있어, 문제는 당신은 이대로 살아갈 수 있을지 몰라도 나는 불가능하다는 거야, 말을 이어가던 그가 갑자기 입을 쩍 벌리더니 하품을 한다,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나의 삶을 짓이겨 부수고 있는 그의 입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던 나는 다름 아닌 그 하품에서 무너져내린다, 눈물이 솟구친다,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품이 나오지? 그의 이런 모욕적인 행동은 그의 삶에서 내가 차지하는 자리, 나의 가치가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러나 이십오 년 간, 사반세기에 이르는 긴 세월 동안 나는 그의 삶의 중심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