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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2757276
· 쪽수 : 278쪽
책 소개
목차
1. 창백한 복도 풍경
2. 환멸의 흐름
3. 연두벌레
4. 올 데이 롱All day long
5. 사라사 양장점
6. 수건돌리기
7. 아보카도
8. 슬픔의 입구
9. 삼베 이불
저자소개
책속에서
송치의 맛은 참혹했다. 그건 빚의 맛이었다. 빚에 먹혀든 삶에 맛이 있다면 그런 맛일 터였다. 빚의 맛이 이런 것이었군. 씁쓸한 웃음이 지어졌다. 참혹한 맛이 새끼의 몸부림이리라는 생각이 스쳤다. ―「환멸의 흐름」
이제 다 올라왔다. 나는 아이 엄마들에게 다른 학습지와 비교할 틈을 주지 않을 것이다. (……) 나는 아이 셋과 아이 엄마들 셋까지 리듬에 빠져들게 만들 것이다. 미끄러지듯 유유히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연두벌레가 제 몸의 엽록소로 광합성을 하듯이.
광합성을 마친 연두벌레들이 증식하며 주위의 색까지 완연히 바꾸어놓던 모양이 생각난다. 그 모양을 정신없이 바라보던 남편의 모습도 떠오른다. 지금 이 시간에도 구유 속 유글레나는 제 색소로 구유의 물색을 변화시키고 있겠지. 나는 집에 돌아가 변한 물색을 가만히 들여다볼 것이다. ―「연두벌레」
잠깐 눈을 뜬다. 제각각 다른 자세로 호흡에 열중해 있는 모습이 우습다. 아들이 사는 모습이나 지나온 내 삶 전체가 시답잖게 여겨진다. 아들은 도복을 대고 나는 사범 노릇이나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랐는데. 어쩌면 모든 일이 ‘사라사 양장점’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 동네의 ‘사라사 양장점’ 빨간 간판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사라사 양장점」